아이의 모습을 지우지 못한 어른, 울지도 웃지도 못할 삶의 아이러니를 담담히 조명하는 건 알렉산더 페인의 전작들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요소다. 이같은 페인의 인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맷이다.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상대로 욕을 퍼붓다가 딸에게는 엄마에게 나쁜 말 하는 거 아니라며 꾸짖는 모습, 아내의 불륜 상대에게 “내 침실에서 했어?”라고 묻는 장면 등이 소소한 웃음을 준다. <사이드웨이>의 출연을 거부당한 전력이 있는 조지 클루니는 그 서러움을 갚으려는 듯 심드렁하고 때로는 소심한 중년 남자 캐릭터를 만족스럽게 소화해낸다. 맷을 중심으로 서서히 한 가족이 봉합되는 과정을 보여주던 영화가 하와이의 역사와 조상을 언급하며 두루뭉술한 결말을 맺는다는 점은 아쉽다.
울지도 웃지도 못할 삶의 아이러니 <디센던트>
글
장영엽
2012-02-15
참으로 오랫동안 궁금하던 이름이다. <디센던트>는 2000년대 초 <어바웃 슈미트> <사이드 웨이> 등의 작품으로 전세계 평단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그리스계 미국 감독 알렉산더 페인의 7년 만의 복귀작이다. 미국사회와 미국인들에 대한 알렉산더 페인의 관심은 <디센던트>에서도 여전하지만 삶의 폐부를 찌르던 그의 날카로움은 다소 순화된 듯하다. <디센던트>는 미국인들의 영원한 휴양지,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다. 변호사 맷(조지 클루니)의 마음은 지옥이다. 사이가 좋지 않던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면서 그는 나 몰라라 하고 살았던 두딸을 책임져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맷은 첫째딸 알렉산드라(셰일린 우드리)에게서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말을 듣는다. 가족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그에겐 신탁관리하고 있던 카우아이 섬의 매각문제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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