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버피와 뱀파이어>와는 달리 <여전사 제나>는 페미니즘 진영의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랑하거나, 혹은 미워하거나. <갑옷 입은 여자들>이라는 책의 저자인 다이앤 C. 보나치는 “제나는 영웅적이고 극적인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그녀는 현명한 전략, 무술과 무기로 악마와 싸울 줄 안다”며 제나를 찬양하지만, 워싱턴대학의 캐스린 노블 교수는 그에 동의하지 않는 듯하다. “나는 학생들과 제나가 과연 여자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결론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가슴이 터져나올 것 같은 코스튬은….” 이게 무슨 말이냐고? 제나는 페미니스트의 상징인 동시에 몽정기 남자아이들의 환상이기도 하다는 소리다. 80년대의 여전사 영화 <레드 소냐>가 그랬듯이 말이다.
<버피와 뱀파이어>와 <여전사 제나>에 힘입어 제작된 TV시리즈 <앨리어스>와 <다크 앤젤>은 주연배우인 제니퍼 가너와 제시카 알바를 할리우드로 진출시키며 할리우드 여전사 장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앨리어스> 이후 <데어데블>과 <일렉트라>로 여전사 캐릭터를 연이어 연기한 제니퍼 가너는 말한다. “나는 시드니를 연기하면서 실제로도 더 강해졌고 자신만만해졌다.” <타임>의 평론가 리처드 콜리스는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한 <다크 앤젤>이 여성 캐릭터를 완벽하게 남성의 영역에 침투시켰다고 평가한다. “맥스는 남자를 만나면 머리에서 가랑이까지 훑어보며 신체 치수를 가늠한다. 마치 남자들이 여자를 볼 때처럼 말이다. 맥스가 지닌 또 다른 속성들, 내면적인 아픔을 육체적으로 발산하는 것, 영웅적인 엄숙함, 탐험정신, 이 모든 건 이전까진 영웅적인 남자 캐릭터들만의 특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