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뉴스를 훑어보다 접한 대통령 말씀이 압권이다. 연이은 집중호우로 정신없던 날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보고회에서 “나를 ‘녹색성장의 아버지’라고 하는데, 세계는 모두 다 그렇게 인정하고 있지만 솔직히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침수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로하는 말인 줄 알았다. 알고보니 교육·과학 정책에 투자한 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닦달이었다. 아, 녹색, 너 참 고생이 많다. 그래도 세계가 인정한다잖아(이 ‘아버지 운운’은 정확히는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행사에 온 OECD 사무총장이 행사 주제와 주최쪽에 대한 예의상 한 말씀이었다). 수해 때문에 휴가를 취소할까 고민하셨다는 대통령은 내수 진작을 위해 휴가를 권장한 마당인데다 다른 공직자들까지 휴가를 못 갈까봐 떠나셨다고 한다. 나름 ‘개념휴가’다. 그분 재임기간 가장 잘한 일은 휴가를 가신 거라는 얘기도 있으니.
휴가철, 제주 강정마을로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일대 풍광도 보고 해군기지 반대투쟁에 애먹는 주민들에게 힘도 보태는 일이라고 하는데, 못 간 이들은 이 마을에서 담근 전복젓, 소라젓 등을 주문해 먹을 수도 있단다. 노동시간 세계 최장에 음주량은 세계 최고인, 그리하여 “온 국민이 신경쇠약 걸리기 직전”인 쉼없는 이 나라에 지금 필요한 것은 녹색성장이 아니라 적절한 휴식(과 휴가일!)을 동반한 녹색성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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