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들어 시네말라야영화제는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준비 중이다. 제작지원에 이어 배급지원책 강화에 대한 고민과 브리얀테 멘도자의 국제적인 성공에 자극받은 많은 젊은 감독들이 멘도자의 영화 스타일을 지나치게 추종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배급지원책의 경우 시네말라야영화재단에서 시네말라야 지원작품들을 모아 지방을 돌며 약 일주일간 멀티플렉스나 대안상영관에서 상영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최소한 제작비 회수까지 가능한 사례들이 늘고 있다. 또한 시네말라야 키즈 중 주류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감독들도 생겨나고 있다. <100>의 크리스 마르티네즈가 그 대표적이다. 그는 <키미도라> <내 신부 찾아줘요> 등의 흥행성공에 이어 올해는 <유혹의 섬>으로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제7회 시네말라야영화제의 경쟁부문 진출작들은 다양한 컬러의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획일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젊은 감독들의 진지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민다나오, 세부 등 지역 영화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영작 중 마르론 리베라의 <정화조에 빠진 여인>은 의미있는 작품이다. 최근 필리핀 독립영화의 관성화를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예술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독립영화인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들의 작품은 딸을 팔아넘기는 빈민가의 엄마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장면은 브리얀테 멘도자의 <입양아>를 패러디한 것이다. ‘핸드헬드 카메라와 빈민가 이야기만 있으면 돼’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리고 칸, 베니스, 도쿄 등 영화제에서 초청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정화조에 빠진 여인>은 스스로를 풍자하면서 필리핀 독립영화계에 각성의 목소리를 던지고 있다.
올해 시네말라야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품 역시 아돌포 알릭스 주니어의 <이스다-물고기 이야기>였다. 가장 탁월한 스토리텔러로 손꼽을 만한 그는 최근 2, 3년 사이에 다작을 하고 있다. <아델라> <트럭 밑의 삶>과 라야 마틴과 공동연출한 <마닐라>(시나리오는 아돌포 알릭스 주니어가 썼으며, 칸영화제 진출), <프레사> 등 가히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스다-물고기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아이가 없던 가난한 중년의 여자가 임신을 한 뒤 낳은 것은 사람이 아니라 물고기. 그녀는 물고기를 애지중지하며 기르기 시작한다. 이 기묘한 이야기는 90년대에 TV에서 몇달에 걸쳐 소개되며 필리핀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스다-물고기 이야기>는 판타지영화가 아니다. 쓰레기산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빈민의 고단한 삶과 그들의 종교관이 빚어내는 우화 같은 이야기다. <이스다-물고기 이야기>는 올해 가장 중요한 필리핀영화임에 틀림없으며, 아돌포 알릭스 주니어라는 이름은 확실하게 부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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