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형식이라는 한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김종관 감독의 뛰어난 단편들을 모았던 옴니버스 <연인들>과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 데뷔작 <조금만 더 가까이>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몇분 동안의 영상에서 반짝거리는 감수성을 은유적인 ‘보여주기’로 풀어내는 데 탁월했던 김종관 감독의 재능이, 각각 20분 정도의 개별적 에피소드들이 느슨하게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는 장편으로 바뀌는 데 있어 약간의 어긋남이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의 단편이 안겨줬던 은밀한 기쁨은, 그러니까 비밀스런 눈짓 혹은 제스처, 가볍게 스쳐가는 말 한마디 속에 온갖 감정과 기억이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 가능했던 데서 기인한다.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도 그런 빛나는 순간들이 출몰하지만, 가끔 그 순간들이 지나치게 길어져버리거나 혹은 지나치게 많은 정보들이 들어갈 때가 있다. 그러면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정서가 단 하나의 해석으로 정리되어버리는 느낌이 든다.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실없이 농담을 따먹는 주영 역의 윤희석, 마음이 식어버릴 수 있다는 현실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커플을 연기한 오창석과 장서원이 돋보인다.
사랑에 대한 다섯가지 이야기 <조금만 더 가까이>
글
김용언
2010-10-27
효서(김효서)는 떠나버린 연인 안나를 찾는 폴란드 남자 그루지엑과 우연히 전화 통화를 한다. 게이라고 소문난 영수에게 후배 세연(염보라)이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비오는 날 밤, 느닷없이 나타난 옛 애인 은희(정유미)의 끈질긴 집착 앞에 현오(윤계상)는 끝내 울고 만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영수가 ‘여자’를 좋아하게 됐다는 고백하자 운철(장서원)은 절망한다. 뮤지션 혜영(요조)과 주영(윤희석)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애매한 고백 아닌 고백만 주고받으며 덜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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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KIM Jong-kwan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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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 Yoon Gyesang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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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Jung Yumi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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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 Yozoh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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