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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단이 영화제를 살렸다!”
이화정 2010-05-24

제 63회 칸 영화제 폐막식

12일간의 영화축제, 칸의 선택이 공개됐다. 5월23일 저녁 7시15분(현지시간) 칸 드비시 극장에서 칸영화제의 시상식이 열렸다.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태국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탁쿤의 <전생을 기억하는 분미 아저씨>에게 돌아갔다. <전생을 기억하는 분미 아저씨>는 신장결석으로 죽어가는 남자가 죽은 부인과 오래전에 집나간 아들을 만난 후, 정글에서 벌어지는 꿈같은 하루를 그린 작품. 초현실적인 내용과 비주얼로 상영 후, 유력한 황금 종려상 후보로 거론됐던 작품이다. 아핏차퐁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이 수상은 태국영화의 새로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도 감사를 보낸다. 30년 전 그들은 내가 살던 마을의 작은 극장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때 나는 영화라는 것의 컨셉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가 무엇인지 조금은 더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영화는 여전히 나에게는 미스테리다. 그 미스테리 덕분에 우리는 계속 이렇게 여기에 돌아오게 되고, 또 영화의 힘을 알게 되는 것 같다.”며 감격을 전했다.

심사위원대상은 프랑스 자비에르 보부와 감독의 <인간과 신들>이 차지했다. <인간과 신들>은 폭력과 테러에 맞서 그들의 신념을 지키는 마그레브 지방의 수도사들을 그린 감동 실화다. 감독상은 <잠수종을 좇는 나비>로 잘 알려진 프랑스 배우이자 감독 마티유 아말릭의 <투어>가 수상했다. 감독으로썬 이번이 4번째 연출작인 아말릭은 “매우 감동스럽다. 마치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라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각본상은 <>의 이창동 감독에게 주어졌다. 이창동 감독은 “팀 버튼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칸 영화제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라며 "특히 여주인공인 윤정희와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미자의 삶을 준 영화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심사위원상은 차드 감독 마하맛 살럿 하룬 감독의 <울부짖는 남자>에게 돌아갔다. 하룬 감독은 "난 거의 아무것도 없는 나라에서 왔다. 이러한 황무지적 상황에서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만들어주는 소박한 요리처럼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차드의 영화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여우주연상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오리지널 카피>에서 열연한 줄리엣 비노쉬에게 돌아갔다. 울먹이는 말투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랑할 줄 아는, 당신을 기다리는 카메라 앞에서 느끼는 것은 기적 같은 것이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한 비노쉬는, 이란에서 단식투쟁 중인 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내년에는 함께 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남우주연상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뷰티풀>에 출연한 하비에르 바르뎀과 이탈리아 감독 의 다니엘 루세티의 <우리의 인생>에 출연한 엘리오 제르마노가 공동수상했다.

올 칸의 선택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아시아 영화의 약진이다. 정치적 쟁점이나 스타파워가 부족했던 평이한 라인업으로 평가받았던 올 영화제에 활력을 준 진정한 스타는 아시아 영화였다. 경쟁작 수상 하루 전,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주목할 만한 부문’ 섹션의 그랑프리상을 수상한 데 이어, 경쟁 부문에서 황금종려상과 각본상이 각각 태국과 한국 감독에게 돌아가면서 아시아 영화의 위력이 입증됐다. 특히 아핏차퐁의 수상은 1997년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와 이란 감독 압바로스 키아로스타미의 <체리향기>가 공동 수상한 이후, 13년 만에 아시아영화에 주어진 황금종려상이다.

논쟁과 야유가 빗발쳤던 작년의 수상 결과와 비교해 올해의 선택은 골고른 지지를 받았다. 수상결과가 발표되자마자 각 언론의 트위터에는 수상에 대한 소감이 올라왔다. <르 몽드>의 이자벨 레녜르는 “심사위원단이 영화제를 살렸다!”며 팀 버튼을 필두로 한 심사위원단의 선택에 환호를 보냈으며 <인 록>의 잭키 골드 버그는 "황금 종려상 수상작이 이렇게 적절한 적이 드물었다. <엘리펀트>이후로 처음이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 한편 63회 칸영화제는 23일 오후 시상식에 이어 폐막작 줄리 베르투첼리 감독의 <트리> 상영을 끝으로 12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수상작 리스트

*황금종려상/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전생을 기억하는 분미 아저씨>(Uncle Boonmee Who Can Recall His Past Lives) *그랑프리(심사위원대상)/ 자비에 보부와 감독의 <인간과 신들>(Des Hommes Et Des Dieux) *감독상/ <투어>(Tournee)의 마티유 아말릭 감독 *남우주연상/ <뷰티풀>(Biutiful)의 하비에르 바르뎀, <우리의 인생>(La Nostra Vita)의 엘리오 제르마노 *여우주연상/ <오리지널 카피>(Copie Conforme)의 줄리엣 비노쉬 *각본상/ <>의 이창동 감독 *심사위원상/ 마하맛 살럿 하룬 감독의 <울부짖는 남자>(Un Homme Qui Crie) *단편 황금종려상/ 세르쥬 아베디키안 감독의 <역사의 개>(Chienne D’Historie) *단편 심사위원상/ 프리다 켐프 감독의 <미키 베이더>(Mickey Bader) *황금카메라상(신인 감독의 첫 작품에 주어지는 상)/ 마이클 로예 감독의 <아노 비시에스토)>(Ano Bisiesto)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그랑프리/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

"격려와 계기가 될 것이다"

이창동 감독 공식 기자회견

23일(현지시간) 시상식 후, 국내 언론이 모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윤정희가 참석했다. 이창동 감독의 답변을 정리했다.

-수상 소감을 말해 달라. 시나리오의 미덕을 평가 받은 것 같아서 기쁘고 좋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계기와 격려가 될 것 같다.

-황금종려상 수상을 기대했었나? 황금종려상이 얼마나 어려운 상인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이라는 것은 많은 요소가 작용해야 가능한 일이다. 다만 국내 언론들과 주변 사람들이 황금종려상을 기대해서 걱정을 하고, 부담된 부분은 있었다. 내가 기대한 건 오히려 여우주연상이었다. 여우주연상은 정말 받을 만 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경쟁작 영화들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나를 만났던 현지 기자들이 다들 윤정희씨의 연기에 대해 호평을 건네 여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 아쉬운 마음은 없는지? 영화는 올림픽처럼 기록을 재고 승패를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 만드는 사람의 에너지는 마음을 비우는 데 있다고 본다.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기대해 주신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하다.

-앞으로 칸에서의 수상 가능성이 또 있다고 생각하나. 마음을 비우고 관객들과 우리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좋은 날도 있을거라 믿는다. 많은 분들이 영화 응원해주셔서 고맙고 그 고마운 마음을 앉고 또 새로운 길을 떠나보련다.

칸=이화정, 김도훈, 취재지원 유동석(파리 한불영화제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