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 가면 사랑의 분수에 떨어진 동전을 주워볼 일이다. <로마에서 생긴 일>은 사람들이 사랑의 분수를 향해 소원을 빌 때, 그 소원은 휘발되지 않고 동전에 고스란히 담기며, 동전 주인의 사랑은 분수 바닥에 가라앉은 동전의 운명과 함께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그리하여 동전을 줍는 사람은 동전 주인의 구애를 받게 된다. 허술한 듯 보이는 설정이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동전의 주인공들인 소시지 재벌, 거리의 마술사, 왕자병 모델, 길거리 화가는 베스와 닉의 로맨스에 끼어들어 사랑의 훼방꾼으로서 자신들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이처럼 <로마에서 생긴 일>은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이 재미를 빚어내는 로맨틱코미디다.
다양한 조연들에 비해 주인공 캐릭터는 전형적인 편이다. 다만 괜찮은 배우들이 캐릭터의 빈곳을 보충한다. 베스 역은 미국 드라마 <베로니카 마스>에서 똑 부러지는 연기로 인기를 얻은 크리스틴 벨이 맡았다. 베스를 연기하는 크리스틴 벨을 보고 있으면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가 떠오른다. 사랑이라는 풀리지 않는 숙제 앞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꽤 사랑스럽다는 소리다. 닉 역의 조시 더하멜은 훈훈한 외모에 어이없는 몸개그로 전에 볼 수 없었던 귀여운 모습을 선보인다. 제작자로, 감독으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작은 거인’ 대니 드 비토도 소시지 재벌 역을 맡아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문제는 개성있는 조연 캐릭터들의 비중을 늘리는 바람에 정작 극의 중심에 놓여야 할 베스와 닉의 로맨스가 싱겁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이야기와 캐릭터를 넓게 펼친 것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돼버렸다. 로맨틱코미디로서 사랑의 단맛과 쓴맛을 부각하지 못한 것도 좀 아쉽다. 두 주인공들의 로맨스에 좀더 힘을 실었으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