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짐 호버만의 <마더> 격찬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북미 박스오피스와 평단의 환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12일 북미 6개관에서 제한개봉한 <마더>는 첫주말 3만5858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박스오피스 49위에 올랐다. 스크린 당 수익은 같은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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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적으로 능숙한 미스테리" 평론가 짐 호버만 <마더>에 격찬
김도훈 2010-03-16

"히치콕적으로 능숙한 미스테리" <빌리지 보이스> 평론가 짐 호버만의 <마더> 격찬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북미 박스오피스와 평단의 환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12일 북미 6개관에서 제한개봉한 <마더>는 첫주말 3만5858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박스오피스 49위에 올랐다. 스크린 당 수익은 같은 주 개봉작 중 다섯번째로 높은 5975달러. 봉준호의 전작 <괴물>은 북미 71개관에서 개봉해 첫 주 32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한 바 있다. 점차 스크린 수를 확대할 예정인 <마더>는 북미 평단으로부터도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고 있다. 북미 주요 비평가들의 평점을 집계하는 ‘로튼토마토닷컴(Rottentomatoes.com)’에서 <마더>는 90%의 신선도를 기록 중이며, imdb.com의 관객 평점도 8.1점을 넘어선 상태다. 살아있는 가장 저명한 영화 평론가 중 한 명이며 가차없이 냉혹한 비평으로도 유명한 <빌리지 보이스> 짐 호버만의 비평을 싣는다.

국제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한국 역사상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둔 살인 올챙이 우화 <괴물>에 이은 봉준호의 신작 <마더>는 원초적인 제목에 완전히 어울리는 호러코미디로, 전작보다 더 미묘하지만 덜 무시무시하지는 않다. 작년 뉴욕필름페스티벌의 히트작 중 하나인 <마더>는 한국의 흔한 교외 소도시 거리에서 펼쳐지는 크로테스크한 뺑소니 사고와 소란스러운 슬랩스틱으로 막을 연다. 그러나 27살 먹은 촌놈 박약아 도준(한국의 수퍼스타 원빈)과 정신이 좀 나간듯한 홀어미 혜자(한국 TV계의 ‘어머니상’으로 사랑받는 김혜자)의 이야기는 누군가가 살해한 여학생의 시체를 버려진 건물의 옥상에 깃발처럼 걸어놓으면서 금새 암흑 속으로 빠져든다. 범죄는 순식간에 마을을 뒤흔들어 놓는다. 터무니없이 멍청한데다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도준은 술에 취해 희생자와 마주친 적이 있는 탓에 살인자로 지목당하고, 너무도 쉽게 범죄를 인정하고 만다. 이 쑥맥이 교도소에 잡혀있는 동안 혜자의 과잉된 모성이 영화를 이끌고 나간다. 불법 약재상이자 불법으로 침술가인 엄마는 아들의 석방을 위해 불굴의 정신력으로 뛰어다닌다. 그녀는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는 전단을 돌리고, 악덕 변호사를 고용하고, 심지어 (소동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죽은 소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도 한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 답답해진 혜자는 도준의 유일한 친구를 진범으로 지목하고는 탐정 노릇을 하기 시작한다. 증거를 찾아 마을을 샅샅이 뒤지면서 말이다. <마더>를 판에 박힌 추리극을 넘어선 영역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현기증 나도록 아찔한 현실감이다. 도준이 무죄라고 할지라도 혜자가 도준의 무죄를 결코 증명하지는 못할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현실감 말이다. 그리고 일부러 원래 이미지에 맞지 않도록 캐스팅된 두 배우가 강렬하게 연기하는 혜자와 도준은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죄악을 발견한다. 둘은 함께 잠을 자는 사이였고, 혜자는 못된 모성의 충고대로 행동한 과거가 있다. 도준은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과거에 대해 숙고할 시간을 갖게 되고, 영화를 사이콜로지컬한 (혹은 그냥 사이코적인) 드라마로 선회하는 재생된 기억으로 엄마에게 맞선다. 갑작스러운 사건이나 충격적인 사고 장면에서 보여지는, 그 모든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사운드 디자인과 불규칙한 진행에도 불구하고, <마더>는 히치콕적인 페어 플레이 감각으로 히치콕적인 서스펜스를 불러일으키는 능숙한 미스테리. 할리우드가 리메이크를 시도한다고 해도 그리 놀랍지 않겠지만, 만약 <마더>의 격동적인 엔딩을 그대로 재창조할 정도로 대담무쌍한 리메이크라면 아주 보기드문 할리우드 스튜디오 영화가 될 것이다.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부위에 직접 수지침을 꽂아넣는 주인공을 윤리적인 지옥속에 좌초시킨 채로 남겨두는 그 엔딩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