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카우트’가 또 나타났다. <육혈포 강도단>은 <걸스카우트>의 업그레이드판이다. 곗돈 되찾기 위해 머리 풀어헤치고 고군분투하던 아줌마들은 칠순잔치가 내일모레인 할멈들로 바뀌었다. 살날 얼마 안 남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할멈들에게 두려운 것은 많지 않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으니 물불 안 가린다. <육혈포 강도단>은 <밴디다스>의 그레이 버전이기도 하다. 가진 것 없어 잃을 것도 없는 할멈들에게 감옥 바깥 세상은 또 다른 감옥일 뿐이다. 그러니 따지지 말자. 그깟 여행경비 800만원을 되찾기 위해 할멈들이 두건 쓰고 은행 터는 게 말이 되느냐고. <육혈포 강도단>은 강효진 감독의 전작 <펀치 레이디>(2007)를 떠올리게 한다. 전작에서 남편에게 얻어터지기 일쑤이던 아줌마는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올라선다. 이번엔 육혈포다. 괄시당하던 할멈들은 속곳에서 눈깔사탕 대신 리볼버를 꺼내든다. 뿔난 할멈들이 어수룩한 준석을 코치 삼아 극단적 행동을 저지르는 건 강탈당한 여행경비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그들이 조준하고픈 과녁은 따로 있다. 영희는 딸에게 못된 어미라고 면박 듣고, 신자는 손녀에게까지 돈 벌어오라는 책망을 듣는다. 정자는 못된 피붙이조차 없는 독거노인이다. 세 여자가 함께 살고, 함께 죽자고 도원결의를 맺는 건 있으나 마나 한 가족 때문이다.
입담 좋고 성깔있는 할멈들이 <마파도>에만 사는 건 아니라는 점을 <육혈포 강도단>은 증명한다. 대본 없어도 될 것 같은 노련한 세 배우들 덕분이다. 그들은 번갈아가며 지르고, 말리고, 푼다. 하지만 <육혈포 강도단>이 도시를 휘젓는 할멈들의 소동을 맛깔나게 버무렸다고 말하긴 어렵다. 할멈들 사이에 끼어드는 캐릭터들의 등퇴장은 난데없다. 분위기를 북돋진 못하고 외려 망친다.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형사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악역을 자임하지만, 제 몫을 해내지 못한다. 허술하게 찍은(그것이 아니라면 편집 과정에서 거칠게 들어낸) 은행 액션 장면도 거슬린다. 경찰과의 대치 끝에 포위망을 뚫고 나가는 장면이 그러하다. 은행 안에 있던 할머니들은 오토바이를 도대체 어디서 구한 것일까. 영화 속 사건들은 나열될 뿐 독특한 리듬으로 엮이진 않는다. 이야기의 단추를 가까스로 꿰긴 했으나,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5 Comments
오토바이가 갑자기 뿅하고 생겼을리가 없잖아요 ^0^
은행 안에 경품으로 놓여진 거 화면에 여러번 잡혔는데 ㅋㅋㅋㅋㅋ
같이 영화 본 친구들한테 이 기사 보여줘야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름 큰 웃음 주는 기사 써주셔서 감샤감샤~
오토바이 은행에 경품으로 진열해 놓은 거 영화 보면 누구나 알수 있는 것을.. '오토바이는 도대체 어디서 구한 것일까'라는 나름 격한(?) 표현까지 쓰시면서..
리뷰를 가까스로 얼기설기 쓰시긴 했는데 보기좋은 모양새는 아니네요..
최소한 평론가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은 갖추도록 노력하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