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코맥 매카시의 소설 <더 로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로 옮겼다는데 얼마나 성공적일까.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존 힐콧이라는 다소 생소한, 유명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많이 만들어온 감독이 이 작품을 연출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아버지의 역할에 비고 모르텐슨을 기용한 건 너무 정답처럼 보여서 매력이 떨어지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아들을 맡은 코디 스미스 맥피도 좋다. 샤를리즈 테론의 역할은 연기에서 큰 비중이 없고 로버트 듀발은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유명한 변신의 천재로 알려진 것처럼 정말 누군지 알아보지 못한다. 가이 피어스가 마지막에 등장하는데 인물로서만 중요하다. 그러니까 전적으로 <더 로드>는 아들과 아버지 두 인물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이 스쳐지나가는 죽은 풍경과 갑작스럽게 출몰하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그때 나타난 사람이 식인 무리이거나 선량한 사람이거나 상관없이 죽고 죽이는 관계만이 이 세상에 남아 있는 것에 대한 절망의 이야기다. 영화는 대체로 원작을 따랐으나 라스트신에서 희망의 강도를 약간 높였다.
셰익스피어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두고 원작만큼 뛰어나지 못하니 형편없다고 말하는 건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코맥 매카시의 원작을 영화화한 모든 작품에 원작만큼의 수준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영화 <더 로드>는 원작을 읽은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조금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절망감으로 가득 찬 세상의 그림을 대중적 수준에서 그려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소설의 집요한 질문을 옮겨내지는 못해서라고 말할 수 있다. 가령 “우리는 착한 사람인가요?”라는, 원치 않는 적대감과 잔인함을 경험하면서 아들이 아버지에게 묻는 질문은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나 중요하지만 소설에서 더 필사적으로 느껴진다. 다만, 원작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즐길 만한 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