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눈물>은 2008년 12월 MBC 방영시 평균 12.13%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사상 최고의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 수도권 기준)을 기록한 TV다큐멘터리 4부작의 극장판이다. 한국에선 대중영화의 시스템 안에서 개봉하는 TV다큐멘터리 태생 영화 1호다. 화질과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보강해 81분짜리 영화 버전으로 재편집했는데, 스크린을 위해 조율한 영상은 브라운관으로 관람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율을 선사한다. 어둑선한 얼음 대지를 담담히 응시하거나 거대한 빙하의 가장자리가 낱낱이 부서지면서 낙하하는 광경만으로. 아름답고, 끔찍하다. 해외에 비하면 기술과 장비, 예산 면에서 대단히 열악한 한국 다큐멘터리 제작사가 최초로 북극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에 도전해 이만한 결과물을 건졌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메시지는 동일하다. 지구온난화의 심각함을 똑똑히 확인하고, 빙하의 손실을 막기 위해 애쓰자는 것. TV 버전에서 큰 감흥을 자아냈던 세 문장의 내레이션 역시 다시 한번 성우 역할을 맡은 배우 안성기의 목소리를 빌려 되풀이 흘러나온다. “사라지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북극이 녹고 있습니다. 북극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비교적 분명하다. 일주일 대여비만 1억여원에 달하는 시네플렉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거나 잠수 전문가를 고용해 북극해 수중촬영을 감행하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나 지금껏 개봉한 유수 자연 다큐멘터리들과 객관적으로 견주기란 힘들다는 점이다. 북극곰, 순록떼, 이누이트 등의 상황을 사려깊게 묘사하려 애쓰지만 이야기가 워낙 방대해 간혹 느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신 <북극의 눈물>은 노하우와 재정적 지원의 부족을 메시지에, 이를 이끌어낼 감정적 고양에 방점을 찍으면서 메우려 하고, 이는 어느 정도 성공한다. 북극 쇄빙선이라는 소재에 골몰하던 허태정 PD와 에스키모와 고래잡이에 관해 다루고 싶어하던 조준묵 PD가 지구온난화라는 교집합을 발견하곤 함께 연출했다. ‘북극의 눈물’이라는 제목은 2007년 <AP통신>이 올해의 사진으로 꼽은 사진 <빙하의 눈물>에서 착안했다. 녹아내리는 빙하에 맺힌 물방울을 잡은 이 이미지는 이번 다큐멘터리의 메시지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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