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을 배경으로 하는 <터미네이터> 1편에서 미래(2029년)에서 온 카일 리스는 사라 코너를 보호하다가 한 생명을 잉태한다. 그가 바로 이 시리즈의 핵심인 존 코너다. 하지만 존 코너는 2편과 3편에서는 여린 청소년이거나 미숙한 청년이었기 때문에 터미네이터와 제대로 싸움을 벌이지 못했다. 결국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하 <미래전쟁의 시작>)은 기계군단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기로 예정된 인물인 존 코너가 본격적으로 활약을 펼치기 시작하는 시리즈의 ‘2막 1장’인 셈이다.
여기서 존 코너가 해결해야 할 임무는 여러 가지다. 스카이넷의 치명적인 계획을 저지하고, 스카이넷 기지를 파괴하며, 스카이넷에 붙들린 인간들을 구출하는 일 등등. 이중 존 코너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훗날 자신의 아버지가 될 소년 카일 리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만일 스카이넷이 카일 리스를 제거한다면 존 코너의 존재 또한 함께 사라질 것이고, 결국 인류 또한 영원히 구원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 <미래전쟁의 시작>이 하이라이트를 카일 리스 구출 작전에 할애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하이라이트 대목은 다소 김빠지는 게 사실이다. 폐허가 된 캘리포니아에서 펼쳐지던 숨막히는 액션의 스펙터클은 후반부 스카이넷 기지 안으로 배경을 옮기면서 단순해지며, 이 영화의 핵심 승부수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마커스도 상투적으로 이용된다. 물론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의 본질이 호쾌한 액션과 특수효과라면 <미래전쟁의 시작>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다. 특히 이번에는 초대형 로봇 하베스터, 오토바이형 로봇 모터 터미네이터, 전투기형 로봇 헌터킬러 등 다채로운 터미네이터들이 등장해 더욱 다양하고 화려한 액션이 펼쳐진다. 원조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제네거에 대한 오마주도 있으니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