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위대 1549>의 설정은 조선시대에 떨어진 남북한 군인들을 그린 <천군>과 비슷하다. 전통적인 무기인 칼과 화살이 총, 대포, 탱크, 심지어 헬기 등 최첨단 무기와 뒤섞이고 주된 배경이 되는 마토바의 성은 고풍스런 목조풍 건물에 원유 정제 장치가 어우러진 기묘한 자태를 자랑한다. 하지만 <전국자위대 1549>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같은 눈요깃감과 함께 관객, 특히 한국 관객의 마음을 심란하게 할 장치들을 교묘하게 제시한다. ‘현지인의 살상은 금지한다’는 로메오 부대의 지휘관 모리 대령의 외침은 일본 헌법 9조에 의거해 군수방위만 허락되는 자위대의 위치를 은유하는 듯하고 자신과 미래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총을 뽑아든다는 식의 결론은 무척 위험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영화가 “미래, 희망, 지키고 싶은 것” 등 긍정적인 단어들만 속삭임에도 듣는 이의 머릿속은 2차대전은 물론 일본의 군국주의, 나아가 독도와 교과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으로 어지럽기 그지없다.
한무라 료의 원작을 영화화한 <전국자위대>(1979)의 리메이크작이자 가도카와 영화사 60주년 기념작.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동시에 우익 작가라는 비판을 받는 후쿠이 하루토시가 각색에 참여했다. 또 다른 전쟁영화 <로렐라이>와 <망국의 이지스>의 원작 또한 후쿠이의 펜에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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