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일반 페스티벌과 달리 20여편의 선별된 작품만 상영하는 이 영화제는 올해 역시 뉴욕 필름버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세계 각국에서 선별된 25편의 작품을 상영했다. 이중 지난해 이례적으로 3편이 초대돼 눈길을 끌었던 한국에서는 뉴욕필름페스티벌의 단골인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과 이미 배급사가 있어 내년 1월 중 뉴욕에 개봉예정인 봉준호 감독의 <괴물>도 소개됐다. <해변의 여인>에 대해 스콧은 “지금까지의 홍 감독 작품 중 가장 일관성있고 감정적으로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또 “언뜻 보기에는 짧게 끝나버린 행복하지 않은 한 연애 이야기 같지만, 가까이서 고찰하면 미묘하게 조화를 이룬 화술과 시각적인 패턴으로 가득 차 있다”고 호평했다.
뉴욕영화제로는 이례적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은 물론 공휴일인 컬럼버스의 날에 각각 2회 상영된 <괴물>은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스케줄상의 문제로 일반상영에 참석하지 못하고 기자시사회에만 참석한 봉 감독은 기자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았다. 할리우드 진출 계획에 대한 질문에 봉 감독은 “제안은 있었지만, 심각하게 고민한 바 없다. 현재 한국에서 제작할 다음 작품을 쓰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당신이 할리우드에서 <살인의 추억>을 만들었으면 살인자가 잡혀야 했고, <괴물>을 만들었으면 소녀가 살아야 했을 텐데, 지금처럼 이런 자유가 있는데 왜 할리우드에 오겠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복원된 고전 30편 상영해 화제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더 퀸>으로 시작된 이번 영화제에서는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 앙투아네트>,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 토드 필드의 <리틀 칠드런>, 압델라만 시사코의 <법정>, 마뇰 드 올리베이라의 <세브린느, 38년 뒤>, 데이비드 린치의 <인랜드 엠파이어>, 티엔주앙주앙의 <고 마스터>, 오타르 이오셀리아니의 <가을의 공원> 등도 소개됐다. 이외에도 워런 비티의 <레즈>와 알베르토 라투아다의 <마피오소>, 리노 브로카의 <인시앙> 등의 작품이 복원돼 상영됐다.
한편 회고전에서는 고전 작품들의 배급사로 유명한 ‘야누스 필름스’의 5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복원된 30편의 작품이 35mm 프린트로 소개돼 화제가 됐다. 이중에는 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규칙>, 로만 폴란스키의 <물속의 칼>, 잉마르 베리만의 <제7의 봉인>,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 루이스 브뉘엘의 <비리디아나>, 아녜스 바르다의 <5시에서 7시까지의 끌레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정사>,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의 <분노의 날> 등이 소개돼 영화팬들은 물론 이번 영화제에 초청된 감독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뉴욕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자리잡은 뉴욕영화제는 지난 44년간 1천여편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중 한국영화 초대작으로는 88년 이장호 감독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를 비롯해,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2002년 <취화선>,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2004년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