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 센스> <빌리지> 등으로 유명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레이디…>는 그가 딸들에게 들려주던 창작동화를 영화로 만든 것으로 <빌리지>처럼 많은 캐릭터들로 구성된 ‘커뮤니티’ 작품이다.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는 샤말란은 ‘나프’와 ‘스크런트’처럼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자신만의 일종의 ‘신화’를 만든다.
<레이디…>는 특히 할리우드영화지만, 스타가 아닌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소수민족 출신의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지아매티를 비롯해 밥 발라반, 제프리 라이트, 사리타 쿠드허리, 프레디 로드리게즈, 제라드 해리스 등 독립영화 베테랑부터 극중 나프의 전설을 알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한인 여성을 연기한 신디 청까지 연기파 배우들로 가득하다. 샤말란이 디즈니를 떠나 워너브러더스와 처음으로 제작한 <레이디…>는 샤말란 자신을 미래를 바꾸는 중요한 소설가로 캐스팅하고, 영화평론가를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하며 대부분의 영화를 환멸하는 악역으로 만들어 미국 개봉 당시 평론가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동화로 시작된 <레이디…>는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지어낸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묘사와 이들 사이의 관계는 무척 신선하고 생기가 넘친다. 클리블랜드가 왜 과거를 외면하게 됐는지, 평론가가 왜 냉소적이 됐는지, 한인 모녀는 무엇을 기대하고 미국행을 결심했는지…. ‘요정의 귀환’보다는 이 캐릭터들에게 관심을 조금 더 투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