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칼슨(데미 무어)은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명망있는 미스터리스릴러 작가다. 성공한 여성의 전형으로 여겨지던 그녀의 삶은 어느 날 아들이 익사하면서 부서지기 시작한다. 아들의 죽음 이후 그녀는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작품 활동에도 진전이 없다. 그녀는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영국 교외의 해안가 마을에 집을 얻지만 그곳에서 아들의 유령과 맞닥뜨림으로써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겪는다. 레이첼은 등대지기 앵거스(한스 매디슨)에게서 위안을 얻고자 한다. 행복의 순간은 짧다. 잠시나마 안정을 되찾은 그녀에게 마을 사람들은 앵거스가 7년 전 죽은 사람이란 충격적인 말을 던진다.
이때부터 관객은 레이첼과 마찬가지로 혼돈을 경험한다. 주변 인물들은 레이첼이 목격한 것들이 헛것일 뿐이라 주장하고 레이첼의 정신상태는 정신과 치료를 빌미로 의심받는다는 식의 묘사들이 있지만, 관객은 온전히 레이첼의 시점에서 모든 사건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성원 모두가 모종의 비밀을 공유한 듯한 어촌 마을의 폐쇄적인 분위기는 그녀의 결백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이처럼 <하프 라이트>는 몇 가지 트릭을 요령있게 사용하는 스릴러물이다. 그러나 이후 등대에 얽힌 사연을 비롯해 여러 부연설명이 끼어들면서 순수한 스릴러의 묘미는 사라지고 이야기는 늘어진다.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데미 무어가 어머니와 연인의 두 가지 모습을 노련히 보여주고 있지만, 그리 깊은 인상을 남겨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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