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감독이 그 영화에서 표현하고 싶은 그 무엇. 그걸 파악한 뒤에 내가 그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것을 비롯한 아이디어를 말한다. 그렇게 감독과 회의를 하면서 전체적인 음악의 방향을 정한다. 그리고 영화가 가지는 템포감과 현실감, 배우의 연기에 따라서도 약간씩 변한다.
-주로 장중하고 규모가 느껴지는 음악을 해왔다. 아기자기한 멜로나 코미디 장르에는 흥미가 없는 건가. =단지 그런 섭외가 많지 않았던 것뿐이다. 실제로 그런 장르의 애니메이션이 몇몇 있었다. 멜로나 코미디 작품도 좋아해서 기회만 있으면 하고 싶다. 특히 코미디. 다들 내 이미지가 코미디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아직 섭외를 받아본 적이 없다.
-일본영화와 한국영화의 음악 차이는 무엇일까. =음, 창피한 말이지만 평소 영화를 많이 안 보는 편이다. 제대로 대답하긴 그렇지만, 한국영화 음악은 일본영화 음악보다 멜로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
-<야수>의 경우 누아르라는 장르적 특징을 살리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나. =장르를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다. 악당 유강진의 테마를 만들 땐 일반적이고 멋진 갱이나 야쿠자영화 느낌을 내고 싶지 않았다. 가끔은 갱의 테마가 그에 대한 미움이나 증오가 가벼워질 우려가 있다.
-다른 나라 감독과 작업을 할 때 의사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역시 방법은 영어인데, 나는 영어가 익숙지 않아 통역의 도움을 많이 빌린다. 특히 미팅 때는 미묘한 표현의 차이까지 얘기해야 하니까 언어적인 오해가 제일 걱정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음악이라는 게 말은 필요없으니까 데모를 작업하고 들려주면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또 함께 술을 마시는 것도 좋다. 나라, 언어, 문화까지 다르니 아무리 얘기를 많이 해도 긴장할 수밖에 없잖나. 같이 맛있는 걸 먹고 맛있는 술을 마시면서 영화 말고도 즐거운 얘기를 많이 할 수 있다. 같은 영화를 작업할 때는 이런 자리가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많이 마셔 취하게 되는 경우 역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