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TV애니메이션 마지막 39편에서 소개된 14살 소년 트리톤. 그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바다의 정령 암피트리테의 아들이다(신화상에서는 하반신이 물고기인 반신반인의 모습 때문에 아버지와 신들에게 무시당하는 신이다). 열세 번째 올림포스 신으로 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트리톤은 싸움보다 친구 사귀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뜻밖에 그에게도 변화의 계기가 찾아온다. 바로 어머니인 암피트리테가 어둠의 마법을 지닌 인간 왕 에우리메돈에게 납치된 것. 그는 신들도 이길 수 없다는 거인족 기간테스를 부활시켜 평화로운 세계를 정복할 야욕을 꿈꾼다. 승리의 여신에게 다가갈 삼신기(세개의 무기) 가운데 제우스, 하이데스의 것을 훔친 에우리메돈. 이제 남은 것은 포세이돈의 무기 트라이던트(삼지창). 이것을 손에 넣기 위해 암피트리테를 인질로 삼았던 것이다. 트리톤은 아버지의 무기를 갖고, 아기 해룡 시드와 코믹한 수다쟁이 헤르마, 도둑의 딸 카르디아와 함께 어머니를 구하러 떠난다.
함께 모험을 떠난 카르디아에게 사랑을 느낀 사춘기 소년 트리톤은 사랑을 이렇게 정의한다. ‘숨쉴 때마다 점점 늘어나는 것, 거짓말하지 않는 것.’ 진정한 영웅이란 싸움을 잘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을 이해하고 믿고 도와주는 평화로운 존재란 주제는 전혀 새롭지 않다. 다양한 인물간의 갈등을 그린 신화의 전형적인 매력을 살리기보다는 정의의 소년이 악의 무리를 물리친다는 전형적인 액션판타지 영웅물로 끝났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그들의 눈에 철저히 맞춘 만큼 어린이들의 신화 이해에 공헌한 원작과 TV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스펙터클한 화면에 고스란히 살린 것만으로도 하나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영화는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업은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속편 제작도 눈앞에 두고 있어, 한국산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희망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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