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과일처럼 싱싱한 귀신들이 사이좋은 연인들을 싸우게 만드는 때가 왔다. 심령 사진을 소재로 한 <셔터>, 악령이 씌인 친족살해 현장 <아미티빌 호러>가 테이프를 먼저 끊은 가운데, 귀신 붙은 구두 <분홍신>, 한국 귀신영화의 대표적 프랜차이즈가 된 <여고괴담4: 목소리>가 개봉일을 잡았으며, 으스스한 가발을 소재로 한 <가발>, 사람 잡는 의문의 선율 <첼로>가 그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보자아∼”, “싫엇!” 하며 극장 앞에서 승강이를 벌이는 연인을 위해, 갖은 귀신들에 대한 조금은 가벼운 특집을 준비했다. 귀신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준비운동이랄까. 개개의 캐릭터와 사연을 보자면 귀신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말은 이렇게 한다만, 기획 덕분에 귀신영화에 둘러싸인 알찬 한주를 보내자니, 얼마나 송름스럽고 꺼림칙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귀신도 자신의 인연과 업에 의해 오는 것, 나쁜 짓 하지 말고 마음을 고요히 할지니. 모든 것은 공이다. 반야바라밀.
야망의 도가니탕에 빠진 귀신
<오멘>의 적그리스도
출생지 지옥 성격적 특성 카리스마 그 자체 행동반경 악마가 장소를 가리랴 매력 포인트 확고한 이데올로기
가장 근원적인 서양 귀신으로, 강력한 능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야심가다. 세상 자체를 꼭 탐낸다기보단, 신에 대한 반항심과 질투로 그의 세상을 뺏겠다는 심산이다. 우아하고 고상하며 흥분하는 법이 없다. 사람을 공격할 때도 그냥 씩 웃고 서 있을 따름. 사탄의 힘은 보이지 않아도 저쪽 구석에서 사람은 하릴없이 죽는다. 그의 생일에 “데미안 선물이야~”라며 목에 줄 매고 번지점프하는 극성 팬도 있다. 옆 사람이 멀쩡히 서 있다가 누군가가 민 듯 난간에서 떨어지거나, 포클레인이 저절로 움직여 공격해오거나, 까마귀때가 꺅꺅거리며 달려드는 등 주위에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면 그냥 죽은 듯 모른 척하는 게 상책이다. 악마에 대적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퇴마록>의 악령
출생지 한국 성격적 특성 찌질함 행동반경 넓어봐야 도시 하나 매력 포인트 상투적인 눈과 이빨
동양권에서는 근본적으로 사악한 악령이나 세계 지배를 꿈꾸는 악령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무서운 악령으로 불리는 <음양사>의 사와라 친왕만 보아도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분노로 불타는 원령에 가깝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퇴마록>의 악령은 그런 면에서 이상한 캐릭터로, 한국 정서에 원래 존재하는 캐릭터라기보다는 서양 사탄의 이미지를 되는 대로 긁어온 조악한 악령이다. 아기를 제물로 부활을 도모하려 했으나 실패한 뒤, 그 아기가 커서 여인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부활을 시도한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죽일 듯 심하게 오버하지만 영 실속이 없어 소설 <퇴마록> 팬들까지 오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혹시라도 나타나 위협하거든 프란체스카처럼 “대략 즐쳐드셈”을 외쳐주자.
죽었다는 주제파악이 미처 안된 귀신
<디 아더스> 일가
출생지 영국 성격적 특성 노이로제 행동반경 생전 살던 집과 정원 매력 포인트 끝도 없이 발휘되는 신경질
한 여인과 그녀의 아들 딸로 구성된 이 일가는 무슨 사연인지 매일 빽빽 소리를 질러댄다. 애들은 반항적이고 엄마는 신경쇠약인데, 집을 돌보는 관리인들은 그런 주인을 늘 괄시한다. 이 일가가 이렇게 과민한 것은 아이들이 빛을 쬐면 아파진다는 것과 가출한 가장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과 언젠가부터 집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것 때문. 잔뜩 긴장한 채 귀신을 색출하려던 엄마는 집에서 일하는 관리인들이 죽은 자들임을 알게 되자, 비명의 데시벨을 몇배는 높이며 ‘난리난리 생난리’를 치는데, 이때 뜻밖에도 상대로부터 따끔한 훈계의 말씀이 날아온다. “소리 그만 지르고 정신 좀 차리셈! 댁도 죽었삼!” 허허… 이 정도면 치매도 중증이다. 죽은 걸 까먹다니.
<장화, 홍련>의 수연
출생지 한국 성격적 특성 별 특징 없고 유순함 행동반경 언니 가는 데는 다 따라감 매력 포인트 뭔 말이 필요해? 애가 문근영인데
새엄마와 그녀와 알 수 없는 신경전을 벌이는 언니와 늘 모르쇠로 일관하는 아빠 틈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눈치를 살피는 수연. 그녀도 알고 보면 이미 죽은 귀신이다. 그러나 <디 아더스> 일가와는 달리, 당사자 귀신은 자기가 죽었다는 걸 모를 뿐, 아무 사고도 안 치고 조용히 잘 산다. 이 경우, ‘난리난리 생난리’를 치는 건 오히려 귀신의 언니되시는 수미. 새엄마와 아빠에게 시종일관 도끼눈을 뜨고, “당신들 왜 내 동생 괴롭히냐”며 질풍노도의 반항을 일삼는다. 이럴 때는 “너 도대체 왜 이러니” 하는 식으로 핵심을 생략하지 말고, “수연이 죽었잖아. 너 도대체 왜 이러니”라고 분명히 말해주도록 한다.
방랑벽을 타고난 귀신
<착신아리>의 미미코
출생지 일본 성격적 특성 애정결핍+사디즘+착한 아이 콤플렉스 행동반경 그물처럼 넓어짐 매력 포인트 칼 같이 시간을 지키는 완벽주의
휴대폰을 타고 옮겨 다니는 이 귀신은 휴대폰에 메시지를 남겨 휴대폰 주인이 죽을 시간과 죽는 모습을 예고한다. 희생자의 휴대폰 주소록이 사냥의 텃밭. 예고한 시간, 예고한 방법으로 목표물을 살해한 뒤,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 중 하나로 전화를 걸어 다음 희생자를 찾는다. 생전, 엄마의 사랑을 동생이 빼앗아간다는 생각에 동생인 나나코를 반복적으로 학대하다 결국 엄마에게 들켰다. 순간 지병인 천식 발작이 일어났으나 방치되어 죽음을 맞았다. 일종의 강력한 원귀인 미미코는, 애증의 대상인 엄마를 죽인 것으로 한을 풀지 않고 그를 시작으로 무목적적 무차별적 살상을 이어가는 일본식 허무주의 증상을 보인다. <링>의 사다코와 평소 친하게 지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외로워서 그러는 거다. 귀신도 외롭단 말이다.
<다크 엔젤>의 아제이즐
출생지 미국 성격적 특성 지고는 못 사는 성격 행동반경 원하는 대로 넓어짐 매력 포인트 냉소적이고 못된 성깔
롤링 스톤스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다니는 이 귀신은 다름 아닌 사람을 타고 이동한다. 한 사람의 몸에 빙의되어 들어간 뒤 손으로 다른 사람을 툭 치면 그 사람의 몸으로 옮겨간다. 이 귀신의 정체는, 신의 권위에 도전하다가 타락한 천사 아제이즐. 광야의 악령이라고도 불린다. 책에 쓰여진 바에 의하면 그의 목적은 세상 모든 문명을 파괴하는 것이라는데, 어찌된 것인지 문명을 멸망시키는 데는 도통 관심이 없고, 자신이 몸에 들어가려다 실패한 착하고 강직한 영혼을 골탕먹이는 데 몰두한다. 하긴, 신에게도 안 지려는 인물이 사람한테 지고 참을 리가 없다. 이럴 경우 당사자 주변을 배회하며 자신이 악마임을 과시하고 가까운 사람들을 살상한다. 웬만하면 악마에게는 반항하지 않는 게 좋지만 이 악마는 매우 인간적인 방식으로 장난을 걸어오므로, 두뇌게임을 즐긴다면 응수해도 좋다.
사물과 궁합맞춘 귀신
<아카시아>의 나무 귀신
출생지 한국 성격적 특성 애정결핍 행동반경 나무에 붙었다니까! 매력 포인트 음울한 성격
낡은 밥그릇을 버릴 때도 “그동안 수고했다” 말해준 뒤 버리는 한국 사람들은, 토템에 관한 본능적인 숭배와 금기를 갖고 있다. 특히 나무는 마을을 지키는 신부터 목매달아 죽은 귀신까지, 온갖 귀신들이 애용해온 장소. 미숙-도일 부부의 마당 아카시아 나무에는 아이 귀신이 붙어 있다. 어린 것이 양부모에게 우발적으로 살해되어 유기되었으니 어찌 안쓰럽고 마음 아프지 않겠냐마는, 귀신 본인 역시 살아생전 성격이 어둡고 소심한데다 질투까지 심했던지라 쌍방과실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슬픔과 분노를 온몸으로 표출하며 나무 전체에서 붉은 피를 뿜던 아이 귀신은 꽃, 개미 등을 이용,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일가를 몰살한다. 퇴치법? 퇴치법을 궁금해하기 전에, 이런 한 맺힌 귀신을 만들 일을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는지.
<헬레이저>의 사도들
출생지 지옥 성격적 특성 극심한 사디즘 행동반경 상자가 열리는 곳 어디든 매력 포인트 철학적인 변태성
자칭 ‘체험의 미래종교 수도자’라는 이 요상한 사도들의 정체, 누구 혹시 아시는 분? 독특한 외향을 자랑하는 이 수도자들은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진 은빛 큐브 속에 붙어 있는 귀신들이다. 이 큐브를 잘못 누르다 보면 빛과 함께 큐브가 갈라져 움직이는데, 신기하다고 이리저리 계속 누르면 지옥의 문이 열리면서, 머리를 분할하여 핀을 잔뜩 꽂은 아저씨, 목과 코, 머리에 철사로 피어싱을 한 아저씨, 어딘가 모피어스(<매트릭스>)를 닮은 아저씨, 에일리언의 원조 같은 아저씨가 튀어나온다. 이까지는 좋은데 그 다음을 조심해야 한다. 당사자는 전혀 의도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지옥의 쾌락과 고통을 원해서 우릴 불렀다”고 주장하며 괴상한 형틀을 가져와서 사람을 갈가리 찢어버리니까 말이다. 그러게 여행지 시장에서 예쁘다고 아무 거나 사지 말지어다. 마조키즘적 소양이 출중한 사람이라면 뭐 한번 시도해봐도 좋겠다만.
한으로 냉서리를 자꾸 우려내는 귀신
<여고괴담> 시리즈의 여학생들
출생지 한국 성격적 특성 집요한 적극성 행동반경 교정과 기숙사 매력 포인트 긴 생머리
한때는 발랄한 여고생들이었으나, ‘대한민국 고등학교’ 내의 역학관계와 부당한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귀신이 된 케이스. 학교를 배회하며, 사람을 가장하여 학교를 계속 다니거나 생전 애증이 얽힌 친구를 쫓아다니며 압박을 가한다. 원조 여고귀신인 진주의 경우 몇건의 살인을 저지르기는 했으나 심성은 착해서 “영원히 널 잊지 않을 거”라는 약속에 얌전히 돌아갔고, 2대 여고귀신 효신은 학교를 통째로 공포에 몰아넣어 당사자들 스스로의 반성을 유도했지만, 3대 여고귀신 소희는 심각한 집착을 보이며 결국 가장 친했던 친구를 허리꺾기로 죽이고서야 직성을 푼다. 모쪼록 학교에서는 왕따와 질투를 삼가고 건전한 교우관계를 유지하며, 29번째 계단 같은 데서 소원을 비는 일이 없도록 할 일이다.
<식스 센스> 속 유령들
출생지 미국 성격적 특성 대체로 착하고 소심 행동반경 자신이 생전 살던 범위 안 매력 포인트 각종 화상, 찰과상, 창상, 습진 등등
서방 세계의 경우 한(恨) 때문에 구천을 떠도는 원령(怨靈)을 보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로, 이런 종류의 귀신을 볼 수 있는 서양영화는 <식스 센스>가 거의 유일하다. 생전 맺힌 한을 풀지 못해 사람을 놀라게 하고 해하는 동양의 원령과는 달리, 이들 귀신은 그저 자기가 죽은 장소에서 자신이 죽었던 모습으로 조용히 살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육감’을 갖고 태어났다면 경우가 다르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거나, 매일 소량의 세제를 먹여 자신을 독살한 계모가 동생도 죽이려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시시때때로 섬뜩한 얼굴을 들이미는 귀신과 마주쳐야 한다. 이렇게 재수 옴 붙은 사람이라면 인내심을 갖고 귀신이 원하는 바를 파악한 뒤, “알았어. 내가 해줄 테니까 너는 안심해”라고 위로하도록 한다. 평소 카운셀러 자격증을 따두는 것도 좋다.
살살 홀려 나쁜짓하게 만드는 귀신
<아미티빌 호러>의 악령
출생지 미국 성격적 특성 모함하기 좋아함 행동반경 저택 안과 보트창고 매력 포인트 출중한 설득력
이 악령은 아미티빌 한 저택의 지하에 산다. 집에 가족이 이사를 오면 제일 건장한 사람을 골라, “너네 가족은 다 악마”라며 친족 살해를 부추긴다. 엑소시즘을 행하러 온 시골 신부 정도는 파리떼로 가볍게 쫓아버릴 만큼 능력있는 악령이지만, “용의 꼬리가 되느니 뱀 머리가 되는 게 낫다”는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것인지, 세계 정복의 야심 따윈 접은 채 한 집의 악령으로 군림하며 실속을 챙긴다. 살해의 목적은 잘 알 수 없으나,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잔혹한 짓을 인간이 하게 만드는 데서 보람을 찾는 게 아닐까 싶다. 생전의 신분은 신부. 전도를 하겠다며 인디언 마을에 들어가,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여 호수에 유기한 경력을 갖고 있다. 모쪼록 시가보다 터무니없이 싸게 나온 집은 사지를 말고, 행여 남편이나 아들이 히키코모리 같은 행동을 하다가 난폭해지거든 망설임없이 집을 떠나도록 한다.
<남극일기>의 정체모를 존재
출생지 남극 성격적 특성 제 땅에선 사람 꼴을 못 봄 행동반경 남극 안 매력 포인트 정체를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신비감
이 존재는, 귀신이긴 한 건지, 존재하긴 하는 건지 여러 가지로 불분명한 점이 많으나, 있긴 있다고 보아야 할 몇 가지 정황적 증거가 있다. 우선 투명한 손과 눈동자가 포착되었고, 텐트를 들여다보는 시점 숏이 있었으며, 사라진 남극일기가 배낭에서 도로 나타나고 탐험대들이 모두 같은 결말을 맞는 등 어떤 존재가 유도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이 존재는 누가 남극에 들어와 깝죽거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침입자가 있으면 광활한 남극 땅에서 일단 지치게 한 뒤, 대원을 하나하나 앗아가며 긴장을 극도로 당기고, 크레바스 속에서 대장을 유혹해 광기에 빠져들게 한다. 아미티빌의 악령처럼 특정 메시지를 직접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 묻어둔 죄책감과 욕망을 최대한 끌어내는 재능이 있다. 그렇게만 해두면 사람은 저 알아서 온갖 안 할 짓을 다 한다. 설원이 궁금하더라도 웬만하면 남극 대신 알래스카나 뉴질랜드로 만족하자.
사람의 기생충이라 불려도 무방한 귀신
<하얀방>의 모녀
출생지 한국 성격적 특성 집착이 강하고 소심함 행동반경 접속자가 있는 곳은 어디든 매력 포인트 뛰어난 인터넷 응용능력
불교적 세계관에 의하면 존재가 윤회하는 이유는 ‘有하려는(있으려는, 존재하려는)’ 욕구 때문이다. 한 생의 몸이 소멸하여도 존재에 대한 집착이 남아 있으면 다른 몸을 얻어 다른 생을 얻는다. 태어나려는 순간 죽은 <하얀방>의 아기는 그 有하려는 욕구가 어찌나 강한지, 인터넷 검색창에 ‘산부인과’를 치면 뜨는 이상한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거기 접속한 여자들의 몸에 들어가 다시 태어나려 한다. 멀쩡하던 여인들은 사이트에 접속한 지 15일 되는 날, 갑자기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쓰러져 죽는데, 자궁과 골반이 아기를 낳기 직전 상태처럼 확장된 상태로다. 아기의 엄마 귀신도 세트로 함께 다니는데, 모녀 모두 한 남성의 이기적인 악행이 낳은 불운한 원귀인 셈이다. 모쪼록 사랑은 진지하고 성실한 마음으로 하고, 서로를 아끼며, 피임을 잘하는 책임감 있는 성인이 되자.
<악령의 씨>
출생지 지옥 성격적 특성 사교적 행동반경 전세계 매력 포인트 능글능글 미끌미끌 구렁이 담 넘듯
<하얀방>의 모녀가 원귀였다면, 로즈마리라는 인간 여인의 몸을 통해 태어난 이 귀신은 사탄의 일족이다. 전세계에서 인간행세를 하며 살고 있는 사탄들은, 새 아기를 얻기 위해 한 인간 부부에게 마수를 뻗친다. 우선 이웃에 살고 있는 노부부로 위장한 팀이, 젊은 로즈마리 부부와 면식을 튼 뒤 슬금슬금 접근한다. 로즈마리 남편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들은, 달콤한 세속적 유혹으로 그를 매수한 뒤, 로즈마리에게 약을 먹여 악마와 관계하게 한다(남편되는 사람이 아내를 악마에게 팔아먹다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다음은 더 교묘하다. 아이를 가진 로즈마리에게 산부인과 의사 역을 맡은 악마를 주치의로 붙이고 매일 쿰쿰한 냄새가 나는 풀이 든 정체불명의 음료를 먹여 그들의 자장에 가둔다. 이 악마들은 방대한 사회적 그물망을 통해 너무 현실적으로 수작을 걸어오기 때문에, 벗어나보려 해도 도리어 미친 사람 취급을 받기 쉽다. 정말 복장터지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웬만해선 죽지 못하는 귀신
<강시선생> 강시
출생지 중국 성격적 특성 늘 고향이 그리워어~ 행동반경 뛰어봤자 강시 매력 포인트 대체로 아둔한 머리
이 귀신은 당신을 공포로 몰고 가기보단 추억으로 데려갈 가능성이 높다. 비디오 가게 한쪽 벽에 무수하게 꽂혀 있던 <헬로 강시> <강시 선생> <강시 지존> 등을 한편한편 갖다보는 재미에 푹 빠졌던 기억이, 몽글몽글 피어오르지 않으시는가. 몸이 굳어 관절을 구부리지 못한 채 통통 뛰어다니는 강시의 정체는, 고향을 떠나서 죽임을 당해 성불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게 된 원혼. 죽기는 죽었으되 잠들지 못하고 밤이면 벌떡 일어나 콩콩 뛰어와 목에 이빨을 들이댄다. 강시는 팔괘와 찹쌀을 싫어하므로, 강시가 다가오면 그것을 이용해 일단 저지한 뒤, 영환도사의 도움을 받아 부적을 붙여, 화장을 하거나 고향에 데려가 묻어준다. 팔괘고 뭐고 아무것도 없거든, 강시가 코앞에 닥쳤을 때 숨을 멈춘 뒤 강시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린다. 이때 못 참고 숨이 터지면 대략 낭패.
<반헬싱> 뱀파이어
출생지 루마니아 성격적 특성 본능적인 바람기 행동반경 전세계에 퍼져 있다 함 매력 포인트 섹시하고 우아한 외모
이 귀신 역시 당신을 공포로 몰고 가기보단 연상작용에 의한 웃음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루마니아의 드라큘라 백작으로 시작하여 전세계에 일족을 퍼뜨린 뱀파이어들은 언제부턴가 한국에도 상륙하여 비둘기를 사냥하고 남의 집 우유를 훔쳐먹으며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프란체스카 가족들을 보면 뱀파이어가 햇빛과 마늘, 십자가 따위를 두려워한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지만, 어쨌든 뱀파이어들도 그렇게 순수했던 때가 있었다. 가슴에 말뚝이 박히거나 햇빛에 몸이 녹지 않고서는 죽지 않고, 천년만년 인간의 피를 빨며 살아야 하는 가엾은 귀신. 여러 명의 아름다운 신부를 거느리고도 모자라 계속해서 식스 세븐스 에이스…. 신부를 계속해서 늘려가는 카사노바이기도 하다. 워~ 워~ 그렇다고 무턱대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배가 고픈데 어떡해. 닭피 먹으면 켠이처럼 된다마랴.
그외 잡귀신
<음양사>의 귀신들
출생지 일본 성격적 특성 대체로 순수 행동반경 시키는 데는 다 감 매력 포인트 각양각색의 외모
헤이안, 인간과 귀신이 아직 공존하던 시대. 이때는 오니, 마물 나마나리 등 각양각색의 귀신들이 사람 앞에 불쑥불쑥 나타나, 마음을 현혹게 하고 때로는 생명까지 위협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남자에게 버림받고 죽은 귀신이 정원 앞 소나무 가지에 뱀이 든 박을 달아놓고 가기도 하고, 사악한 기운이 어린 왕자의 몸에 들어가 심각한 병을 앓게 만들기도 한다. 하나 이 귀신들이 그런 일을 저지르는 것은 악해서가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원혼이나 정분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다. 야심있는 음양사들은 그런 혼에다 ‘슈’를 걸어 본인의 악한 목적에 이용하기도 하는데, 강한 슈가 걸린 귀신은 인간으로서 대적하기 어렵다. 그럴 땐 누굴 불러야 하는지 아시겠지? “어이~ 세이메이 큰일이 났어!”
<고스트 버스터즈>의 유령들
출생지 미국 성격적 특성 장난이 심함 행동반경 내키는 대로 매력 포인트 역시 각양각색의 외모
미국식 음양사라 할 고스트 버스터즈 일행도 뉴욕을 배경으로 갖은 귀신들을 소탕하러 다닌다. 일본의 오니, 나마나리 등이 약간 슬픈 정서가 있는데 반해 미국 귀신들은 그 출신답게 아무 걱정도 없이 그저 장난만 치고 다닌다. 갑자기 집에 전기가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서, 켁켁거리는 귀신이 머리를 쥐어뜯고 녹색 젤리 같은 녀석이 냉장고를 열고 포식을 하는 걸 목격하면 고스트 버스터즈 사무실에 전화 한통을 바로 때려준다(문제는 그들 전화번호를 우리는 모른다는 거지만). 가끔 사악하고 힘이 센 귀신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특히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버리는 귀신이 출현했을 경우, 평소 늘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는 단팥방도 갑자기 위험요소로 돌변할 수 있다. 아, 늘 머릿속에 먹을 것만 들어 있는 것이 어찌 죄란 말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