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신보에 대해 ‘오아시스는 오아시스다’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변함없는 자화자찬과 독설 그리고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선’ 온고지신 방법론 때문만은 아니다(후자와 관련해 롤링 스톤스, 벨벳 언더그라운드 등의 ‘참조 곡’을 찾아보는 건 자연스런 수순). 초점은,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곡조 좋은 단순명쾌 로큰롤 사운드에 놓인다. 때문에, <Wonderwall> 등 ‘시대의 사운드트랙’을 만들던 1994∼95년 음반들엔 ‘아마도 당연히’ 못 미치지만, ‘그때 이후 최고’란 이구동성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음악들로 짜여 있다.
‘교실 뒷자리의 못 말리는 악동’ 같은 오아시스와 달리, ‘내성적이고 감수성 풍부한 모범생과(科)’인 콜드플레이는 신보 <X&Y>를 통해 ‘1990년대 라디오헤드의 후예’(post-Radiohead)에 관한 현재진행형 청사진을 선보인다. 이들은 한편으로 (기네스 팰트로의 남편이기도 한) 크리스 마틴의 감기 걸린 듯한 비음과 헛헛한 피아노를 중심으로 멜랑콜리하고 먹먹한 감성의 에토스를 견지(堅持)한다(<What If>). 다른 한편으로 1970∼80년대 전자음악을 새로 ‘수혈’하며 실험한다(<Square One> <Talk>). 하지만 이 음반은 ‘2000년대의 라디오헤드’가 걸어간 길보다는 U2가 ‘견지와 실험’의 균형을 꾀한 <Achtung Baby>(1991) 때의 절충적 태도에 가깝다. 그러고보면 U2풍 스타디움 록 스타일의 곡들이 꽤 자주 귓가를 스친다(<A Message>). 우연이라기엔 의미심장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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