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충돌에는 현실 감각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포커씨는 상견례하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들의 첫경험을 떠들어대고 번즈씨는 남의 집안 곳곳에 감시 카메라를 숨기거나 사위의 사사로운 과거를 캐낸다. 장인한테 맞은 주사약 때문에 그렉이 공석에서 자기의 성경험을 술술 털어놓는 장면에선 마치 상견례장이 아닌 ‘과거사 까발리기’ 대회장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알다시피 현실에선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요컨대 이 영화는 가족간의 화해와 갈등을 표면적으로만 다루는 코미디다. 상견례에 대한 판타지로 점철된 이 영화에서 ‘가족’이란 말에 울컥하는 식의 진지함을 기대해선 안 된다. <아담스 패밀리>처럼 ‘우당탕탕 괴짜 가족’류의 영화주인공들에게 어울리는 것은 동감이 아니라 순간적인 호기심이기 때문이다.
온갖 해프닝 앞에서 고민하는 소심남의 대명사인 벤 스틸러도 전편만큼 활기와 균형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가의 엽기 소동극을 넋나간 눈으로 지켜보며 쩔쩔매는 것은 관객이나 그렉이나 마찬가지다. 혹시 더스틴 호프먼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연신 내뱉는 야한 농담이나 노년기 섹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좋아할 수도 있다. 굳이 두 가족을 각각 미국의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의 상징으로 확대 해석해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미국식 상견례를 둘러싼 갈등이 영국식 스파이영화처럼 발전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한순간의 사고처럼 화해가 일어나지만 감동은 저만치 화장실로 달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