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남기남 감독이 만든 <영구와 땡칠이>는 270만명의 아이들을 동원했다. 그 270만명의 아이들은 이제 더이상 어리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남기남 감독은 또 다른 지금의 아이들을 겨냥하여 ‘남기남표’ 여름방학용 블록버스터를 2003년에 선보인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인기몰이에 앞장선 갈갈이 삼형제가 시대에 뒤처진 공룡 <영구와 땡칠이>를 대신하고, 나머지 개그맨들 역시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면 어김없이 등장하여 전체의 내용에 상관없이 귀에 익은 유행어와 성격과 장기를 선보인다.
그러나 만약 <개그콘서트>를 보지 않는 아이들이라면(혹은 보고도 웃지 않는 아이들, 또는 보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는 매우 재미없는 영화로 보일 수도 있다.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는 인물들의 웃기는 외양, 또는 혼자 쓰러지고, 넘어지는 바보 같은 행동들, 그러니까 통상적으로 웃기다고 우기는 수준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텔레비전 프로에서 재치있다고 환호받았던 그 말과 성격과 행동을 영화로 가져온다.
그래서 때때로 어느 대사는 초등학생의 유머 타이밍을 넘어서고, 그 순간만큼은 어른의 웃음도 유도한다. 영화적인 매끄러움과는 상관없이 ‘시청자’만이 눈치챌 수 있는 사전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애초부터 일정한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므로, 옛날 배경에 웬 하수구 구멍이냐고 물어도 영화는 호응해주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주저앉혀 돈을 벌어보겠다는 제작자의 의도는 껄끄럽지만, 한 노장감독의 서바이벌 영화 만들기는 기어이 또 한번 기한을 맞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