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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TVIEW] 첫, 사랑을 위하여

<첫, 사랑을 위하여>는 남녀간의 첫사랑을 보여주는 드라마인 것 같지만 모녀 이야기로 시작한다. 뇌종양 판정을 받은 딸 이효리(최윤지)와 건설 현장 소장 일을 하다가 실직한 엄마 이지안(염정아)은 지방 소도시 청해 마을로 향한다. 병이라는 돌발 상황 앞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지난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인생을 다시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사실 두 사람은 혈연관계가 아니다. 하지만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서로를 향한 마음만은 누구보다 진실하다. 두 사람 말고 ‘효리 아빠’를 자처한 지안 친구 김선영(김선영)도 청해 마을로 내려와 함께 살게 된다. 여기에 딸을 잃고 치매 증세를 보이던 은퇴 의사 정문희(김미경)가 지안을 자신의 딸로 착각한 것을 계기로 얽힌다. 그렇게 비혈연 모녀들의 이야기는 이 드라마를 ‘첫사랑’ 이야기와 익숙한 혈연 가족 중심의 클리셰로부터 해방시킨다. 물론 익숙한 첫사랑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과거 서로의 첫사랑이었던 건축설계사 류정석(박해준)과 지안이 재회해 ‘늦은’ 첫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정석의 아들 류보현(김민규)과 효리는 풋풋한 청춘의 첫사랑을 시작한다. 첫사랑의 대상은 사람을 넘어서기도 한다. 뇌종양으로 멈춰버린 효리의 미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치열하게 살아온 지안의 인생, 소중한 것을 지키려다 잃어버린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모두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개진다. 어쩌면 <첫, 사랑을 위하여>가 말하는 ‘첫사랑‘의 대상은 ‘나’ 그리고 내가 지키고 싶은 누군가와 잃어버리고 살아온 소중한 것들의 총합이 아닐까?

check point

<첫, 사랑을 위하여>는 다채로운 여성 생계 부양자들을 보여준다. 워킹맘 지안은 부모의 부재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건설 현장에 뛰어들어 소장 자리까지 올랐다. 선영은 건설 현장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두 사람은 현장에서 만나 우정을 키웠다. 여성 노동자들은 이렇게 어디에서나 성실하고 야무지게 제 몫을 하며 존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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