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밴드 오렌지택시클럽에서 나온 보컬 기석(윤호)은 한통의 전화를 받고 혼란스럽다. 베이스 멤버인 명오(배재영)에게서 공연에 서달라는 연락을 받은 것. 부탁에 못 이겨 찾아간 무대 뒤편에는 감정의 골이 깊은 기타리스트 유원(이찬우)이 있다. 유원은 밴드가 지금껏 자리 잡지 못한 이유가 기석이 회사 대표를 때린 탓이라 여기고, 기석은 멤버들이 계약 파투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자신을 내쳤다고 원망한다. 이제 공연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단 15분, 둘의 오해는 풀릴 수 있을까. 8월18일 CGV에서 단독 개봉하는 <백! 스테이지>는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음악영화다. 롤러코스터 같은 촬영과 편집은 내내 속도를 끌어올리고 기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끝점에 도달한다. 이 중심엔 그룹 에이티즈 멤버로 잘 알려진 배우 윤호가 있다. 그가 펼치는 유연한 연기는 캐스팅의 이유를 납득게 한다. 실제로 마주한 윤호는 기석과 달리 차분히 촬영 비화를 전했다. 볼수록 궁금함을 자아내는 신예였다.
-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작품과 기석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나.
읽는 동안 청춘의 에너지를 확 느꼈다. 또 하나는 기승전결의 힘이었다. 몸담았던 밴드와 불화했던 주인공이 멤버들과 오해를 풀고 마침내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이 딱딱 맞춰 흘러가는 쾌감이 컸다. 기석은 사실 좀 어려웠다. 그의 불같은 면모가 내겐 없어서 처음엔 낯을 가렸는데 갈수록 더욱 정반대라서 오히려 호기심이 갔다.
-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작품과 기석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나.
읽는 동안 청춘의 에너지를 확 느꼈다. 또 하나는 기승전결의 힘이었다. 몸담았던 밴드와 불화했던 주인공이 멤버들과 오해를 풀고 마침내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이 딱딱 맞춰 흘러가는 쾌감이 컸다. 기석은 사실 좀 어려웠다. 그의 불같은 면모가 내겐 없어서 처음엔 낯을 가렸는데 갈수록 더욱 정반대라서 오히려 호기심이 갔다.
- 초심자로서 감독의 조언에도 귀 기울였을 듯한데, 방성준 감독의 디렉션을 캐릭터에 어떻게 반영했나.
처음 내가 준비해간 기석은 훨씬 매운맛이었다. 냉랭하고 까칠한 느낌이 강했는데 감독님이 조금 누르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셔서 화법이나 표정 등을 순화했다. 그렇게 하니 캐릭터가 현실적인 느낌이 나고 작품이 전체적으로 과잉되지 않는 방향이라 큰 도움이 됐다.
- 전체 촬영이 아이폰 16 프로로 이뤄졌다고. 현장 풍경이 궁금한다.
짐벌에 아이폰을 장착해 촬영했다. 장비가 작아 이점이 많았다. 특히 원테이크나 동작이 많은 신, 좁은 복도를 걷는 장면에서 수월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스마트폰 촬영의 매력을 많이 느꼈다.
-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나.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생각해둔 게 있다. (웃음) 에이티즈의 성장기다. 평소 멤버들의 모습을 짧은 영상으로 기록하고 인스타그램 릴스를 찍을 때 직접 연출하기도 하는 편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좀더 구체적인 서사를 갖춰서 영상화해보고 싶다. 그랬을 때 내 시선이 어떻게 담길지 궁금하다.
- 영화는 기석이 담배를 연거푸 피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관객에게 맡은 역할을 처음 소개하는 중요한 장면인데 준비 과정은 어땠나.
비흡연자로서 쉽지 않은 신이었다. 흡연자인 지인들에게 자연스럽게 피우는 법에 대해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중점을 둔 건 관객의 반응이었다. 보면서 관객들이 ‘이 남자는 왜 이렇게까지 담배를 피우지?’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저럴까?’라는 궁금증을 가졌으면 했다. 극 중 기석은 명오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고 머릿속이 복잡해진 상황이니 그가 느끼는 미묘한 감정이 잘 드러나길 바랐다.
- 그 미묘함이 백스테이지에서 유원과 재회했을 때 선명해진다. 이 신을 앞서 말한 분노의 설계에 맞춰 어떻게 표현했나.
처음 만나자마자 감정을 다 쏟아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좀 서먹할 테고, 안 좋은 옛이야기를 먼저 끄집어내고 싶지도 않을 테니 모호한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둘의 감정이 치달아 기석이 유원에게 “그딴 음악하는 거 안 쪽팔리냐”고 소리치는데 이 말에는 오렌지택시클럽에 대한 그의 애정이 깔려 있다. 지금 멤버들이 하는 음악이 예전에 한뜻으로 추구했던 음악과 달라 안타까움이 밀려왔을 거다. 이때 앞서 리허설을 한번 했는데 감독님이 기석과 유원이 부딪히는 에너지가 좋다고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몇 테이크 안 가고 바로 오케이를 받았다.
- 주차장에서는 시비 거는 동료 가수와 몸싸움을 벌인다. 그에게 맹렬히 달려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호대를 착용하고 안전하게 촬영했지만 맨바닥에 부딪히고 뒤로 눕다 보니 아프긴 했다. (웃음) 순간적으로 상황에 몰입해서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기도 했다. 기석은 지금 유원과 한바탕한 상태라 언제 터져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런 상황에서 “너네 또 싸워?”라는 비웃음과 앨범에 대한 조롱을 함께 들으니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거다. 더군다나 그는 오렌지택시클럽을 잘 알지도 못하는 제삼자이니까.
- 그렇지만 결국 기석은 멤버들 곁으로 돌아온다. 그가 마음을 바꾼 이유를 무엇이라고 봤나.
멤버들이 뒤엉킨 기석을 도와주겠다고 빗자루며 쓰레기통이며 들고 왔을 때 그간의 우정이 다시 떠오른 게 아닐까.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도 ‘내가 이렇게 가버리면 저 친구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을 거고. 결국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발길을 돌린 거다. 이때 기석이 허공에 소리를 빽 지르는데 현장에서 추가된 신이었다. 미운데도 포기할 수 없는 친구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 포효 했다.
-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이 추가될 때, 즐기는 편인가 아니면 걱정이 앞서나.
평소라면 당황했을 거다. 늘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준비를 철저히 해가는 편인데 즉흥적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첫날부터 감독님이 디렉션을 구체적으로 주셨고 또래인 동료 배우들이 잘하고 있다는 확신에 찬 응원을 많이 해줬다. 덕분에 자신감을 가지고 현장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올라오는 감정에 맞춰 없던 대사를 던져보기도 했다.
- 마침내 멤버들과 <SPOTLIGHT> 무대를 완성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어땠나. 에이티즈 무대와 큰 차이가 있다고 느꼈는지.
체감되는 분위기가 굉장히 달랐던 게 에이티즈 무대는 시작 전부터 에이티니(팬덤 명)들의 함성과 기대감으로 뜨겁다. 반면 오렌지택시클럽 무대는 그만큼의 열기가 없고 기석의 행동으로 야유까지 받는다. 그 온도차가 신선했다. 지금처럼 사랑받으면서 노래할 수 있음에 감사하기도 했고. 기석을 연기할 때는 눈앞의 관객이 무얼 바라든 내가 원하는 노래를 부르겠다는 고집을 보여주고자 했다.
- 가수 윤호의 <SPOTLIGHT>에 대한 평을 안 들어볼 수가 없다.
‘지켜봐 줘 day by day 지금 이 순간을’이라는 가사에서 확 와닿는 게 있었다. 오래전부터 관중의 응원을 갈망했던 기석과 멤버들의 간절함이 여기서 특히 묻어난다. 전체적으로 밴드가 예전에 으쌰으쌰하던 감성과 앞으로의 희망이 함께 담겨 있어 좋았다.
- 앞서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그려본 오렌지택시클럽의 미래는.
<SPOTLIGHT> 무대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면서 그동안 쌓인 게 다 해소됐을 거다. 이제는 의기투합에서 더 큰 무대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계속 싸우긴 하겠지만 내가 내린 이 그룹의 결말은 여지없이 해피 엔딩이다.
- 무대에 오르기 직전, 항상 치르는 자신만의 의식이나 외우는 주문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심호흡을 꼭 한다. 크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몸을 풀어주고 긴장도 덜어낸다. <SPOTLIGHT> 무대 직전에도 그랬다.
- 언젠가 사진전을 열고 싶을 만큼 사진 찍기가 취미라고. 늘 찍히는 사람에서 벗어나 카메라를 직접 들었을 때 어떤 즐거움을 느끼나.
같은 피사체라도 줌을 하느냐 사선에서 찍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 촬영 때마다 나만의 각도를 발견하려고 한다. 주로 찍는 건 풍경이다. 찍는 동안 잡생각이 사라진다. 나중에 결과물들을 살펴보는 시간도 좋아한다. ‘이땐 이런 고민이 있었지, 이런 시기를 거쳤지’ 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 내게 위안을 준다. 취미가 일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백! 스테이지> 촬영 때 감독님이 구도를 설명해주시면 빠르게 이해되면서 나도 모르게 척척 움직일 수 있었다.
-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컷은.
이번 투어를 돌면서 찍은 공연장에서의 에이티니의 사진. 다 함께 응원 봉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정말 예쁘게 담겼다.
-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 앞서 8월 초에 일본에서 공개됐다. <전자두뇌 정과장>은 히어로물과 결합한 오피스 드라마다. 액션부터 콤비를 이룬 정준하 배우와의 코믹 연기까지 여러모로 배운 것이 많겠다.
무도 키즈라 촬영 전부터 정준하 선배님과 함께한다는 사실에 설렜다. 현장은 마치 <무한도전> 속 콩트 ‘무한 상사’ 같았달까. 유쾌하고 웃을 일이 많았다. 감독님이 맘껏 해보라고 지지해주셔서 용기 내 애드리브도 던져보고 슬랩스틱도 했다. 선배님의 유행어인 (즉석에서 재연하며) “야무지게 먹어야지~”도 내 식대로 해보고. (웃음) 평소라면 못했을 것들을 다양하게 해보면서 나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윤호의 사적인 영화관
“SF나 액션 같은 역동적인 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스파이더맨> 시리즈. 1대 스파이더맨인 토비 맥과이어로 처음 이 시리즈에 빠졌다. 앤드루 가필드가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보여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까지 보고 나니 더 좋아졌다. 톰 홀랜드의 최신 시리즈도 다 챙겨 봤는데 키치하고 미래 지향적인 매력이 있다. 요즘 올라오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촬영 목격담도 챙겨 보면서 신작 개봉을 고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시리즈도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