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재혼으로 신데렐라와 자매가 된 소녀는 괴롭다. 새 식구가 생긴 후 뾰루지는 더 통통해 보이고, 코는 거대해 보인다. 허벅지의 셀룰라이트는 기생충 먹이로 삼고 싶다. 터뜨리고, 깎아내고, 뜯느라 몸 이곳저곳 성한 데가 없지만 왕자 옆에 서기까지 만족은 없다. 이제는 엄지발가락을 잘라서라도 유리 구두에 꼭 맞는 발을 가져야 한다.
<어글리 시스터>는 연초 <서브스턴스>로 면역을 강화한 관객에게도 몇번씩이나 눈을 가리고 싶은 충동을 선사하는 보디 호러다. 하지만 마음은 가릴 수가 없어서 스크린이 거울처럼 기억을 반사하는 순간이 온다. 자기를 망쳐서라도 구원받고 싶은 주인공 엘비라를 연기한 2001년생 노르웨이 배우 레아 미렌은 선댄스, 베를린을 거쳐 부천에서도 그런 여자들을 만났다. <어글리 시스터>가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작품상과 관객상을 품에 안기 하루 전 그와 나눈 대화를 전한다. 결말을 언급한 대목이 있으니 주의하시길.
- 지난밤 부천에서 한국 관객과 만난 소감은.
부천에 오기 전 한국 사람들이 가진 미의 기준을 나름대로 조사했다. 한국에서 쌍꺼풀 수술이 얼마나 흔한지를 다룬 영상도 봤다. 그래서 관객과의 대화가 더 특별했다. 여러 여성들이 주인공 엘비라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엘비라에게서 자신이 겪은 아픔을 봤다고 고백했다.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나눌 수 있어 기뻤다.
- 배우로서는 엘비라에게 공감하는 것과 그의 극단성에 거리 두는 것 중 무엇을 우선시했나.
처음부터 엘비라를 좋아했다. 내가 연기하는 인물을 사랑해야 그가 품은 자기혐오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배역을 아껴주면서 그에게 맞는 성격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엘비라는 기본적으로 별나고 재밌는 사람이다.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나.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 몸을 많이 쓰며 연기했다. 걸음걸이부터 책을 잡는 자세까지 모든 동작이 그를 철없는 소녀처럼 보이게 하길 바랐다. 큰 드레스를 입고 싶어 하고, 왕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그는 순진하리만치 순수하다.
- 극 초반에는 그런 모습이 귀엽게 비치기도 한다.
그때 엘비라는 전혀 못생기지 않았다. 그게 <어글리 시스터>라는 제목의 핵심이다. 누가 못생긴 건가. 어떻게 생겨야 못생긴 건가. 그런 질문 대신 엘비라가 ‘언제’ 못나 보이는지를 물어야 한다. 나는 엘비라가 자기 경멸에 사로잡혀 신데렐라를 못살게 굴 때부터 못나 보였다고 생각한다. 순수해서 아름다웠던 엘비라는 외모에 집착하면서부터 천천히 사라진다.
- 엘비라가 방문하는 성형외과에는 ‘아름다움에는 고통이 따른다’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당신에게도 만만치 않은 분장의 고통이 따랐을 것 같다.
변화하는 엘비라의 몸과 얼굴을 묘사하기 위해 코르셋, 보디슈트, 실리콘 보형물을 착용해야 했다. 너무 무거워서 어깨에 무리가 갈 때도 있었다. 그래도 특수분장팀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신체를 변형시키는 작업은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는 엘비라가 사회적 시선에 의해 규정될 뿐 결코 뚱뚱하다고 여기지 않는 선에서 분장했다. 나 또한 마른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내 몸을 포용할 줄 안다. 하지만 엘비라를 포함한 많은 여성이 그러지 못해 자신의 몸을 짐처럼 여긴다. 그 사실을 염두에 두며 연기하는 고통이 분장에 따른 신체적 고통보다 컸다. 특히 엘비라가 거울을 보며 스스로를 역겨워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너무 미안했다.
- 중반부부터 영화는 한층 그로테스크하게 나아간다. 그 정점에 속눈썹 수술 신이 있다.
그 장면을 찍기 몇달 전 내 얼굴 전체를 본떠서 실제보다 조금 더 큰 안면 상단 모형을 서너개 만들었다. 진짜 내 눈을 대신할 금속 공이 그 안에서 구르는 동안 카메라는 내 피부처럼 보이는 실리콘이 실로 꿰매지는 모습을 찍었다. 내가 세 시간 동안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도 클로즈업으로 찍었다. 그 둘이 VFX를 통해 합쳐진 것이다. 현장에서 내 얼굴, 내 발이 이리저리 놓여 있는 걸 볼 때마다 너무 재밌었다. 사진도 많이 찍었다. (웃음)
-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은 어떤 식으로 몰입을 도왔나.
사운드팀에는 안된 일이지만 에밀리는 촬영 중에 소리내 말하는 걸 좋아한다. (웃음) 내가 연기하는 동안 에밀리는 ‘네 자신을 봐. 네 턱, 피부, 이마를 만져봐’라고 말하며 나를 서서히 자기혐오의 길로 인도했다! 마침 내가 특수분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더 묘했다. 사람들이 타인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외모에 불만을 갖게 되는 과정도 그러하지 않을까.
- 이 작품은 엄마와 딸의 관계도 그럴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엘비라의 외모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엘비라의 엄마 레베카다.
레베카 또한 가부장제의 피해자다. 자기가 아는 방법대로 딸을 보호하려 했다. 어머니 세대의 트라우마는 그런 식으로 딸에게도 전해졌지만, 엘비라는 동생 알마 덕분에 도망칠 수 있었다. 알마는 이 영화의 진정한 영웅이자 희망 그 자체다. 관객이 제일 사랑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건 레베카가 자신의 두딸이 서로 다르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엘비라는 왕자를 원했고, 알마는 말 타는 걸 더 좋아했다. 그래서 레베카에게 엘비라는 투자 대상, 알마는 버린 카드였다. 레베카와 엘비라가 더 합이 잘 맞는 모녀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들도 끝내 서로의 차이를 발견했고, 그게 마지막 장면에서 레베카가 딸들이 떠나는 걸 보고도 남자와의 성교를 멈추지 않은 이유다. 레베카의 생존법은 그런 것이다.
- 겉모습으로 평가받기 쉬운 직업을 가진 당신에게 이 영화가 남긴 의미는.
<어글리 시스터>가 내 첫 주연작이라 다행이다. 이 영화는 내가 배우로서 추구하는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옷을 도발적으로 입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여자배우에게 기대할 법한 이미지와 다르게 입는 걸 좋아한다는 뜻이다. 레드카펫에서도 드레스와 힐을 갖추기보다 그냥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 싶다. 인터뷰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어글리 시스터> 덕분에 바라던 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은 나의 도발을 타당한 것으로 만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