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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TVIEW] 서초동

“까만 양복, 흰 셔츠. 어쩐지 넥타이도 어제 매고 잔 것 같은 얼굴”에 “졸다가도 한 정거장 전에 눈이 떠지는 프로 직장인”. 가슴에 사직서 한장쯤은 품고 있는 것 같지만 “시키는 일은 군말 없이 해내고 마는 그는 피고용인 그 자체”. <서초동>(tvN)은 출근하는 변호사 안주형(이종석)을 이렇게 묘사하며 시작한다. 이 첫 장면이 상징하듯 <서초동>은 ‘피고용인 그 자체’인 직장인으로서의 변호사들을 보여준다. 출근하자마자 “아, 하기 싫어”를 외치고, 북적이는 식당에서 김치찌개나 콩나물국밥으로 한끼를 해결하고, 퇴근 후에는 동료들과 한잔하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그 직장인 말이다. 현직 변호사가 집필한 대본답게 사무실과 법정 등의 공간 묘사와 동료와 나누는 건조한 대화가 매우 현실적이다. 주로 약자의 편에 서서 정의를 구현하던 이전의 법정물과는 다른 결의 드라마로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드라마의 첫 장면이 일종의 선언처럼 들린다. ‘재판은 드라마와 다르고 변호사는 영웅이 아니야!’ 그러나 이런 의도는 곧 아이러니를 낳는다. 드라마는 ‘진짜’ 변호사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 같지 만, 성소수자 세무사 폭행 사건을 배치하거나, 주형의 전 연인의 이혼 소송을 끌어오는 등 여느 드라마와 다를 바 없는 ‘고자극 서사’를 반복한다. 물론 ‘현직’ 변호사가 쓴 작품으로서 장점이 분명 있다. 그러나 바로 그 현직이라는 위치가 객관적 거리감을 잃게 만들어 의뢰인의 사정과 사건을 변호사들의 직업적 피로감과 고뇌를 대변하는 장치로 소비해버린다.

check point

식당보다 법무법인 사무실 숫자가 더 많다고는 하지만 서초동에 변호사들만 존재하는 게 아닐 텐데 제목이 ‘서초동’인게 인상적이다. 제목이 드라마의 가치관, 특정 직군 직장인들의 자기중심적 속내를 투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변호사들이 코트 자락 휘날리며 테이크아웃한 커피 들고 걷는 게, 마치 런웨이를 걷는 모델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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