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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좋은 음식은 자연이 준 좋은 재료에서 온다, <토키토: 요리 거장의 540일> 아키 미즈타니 감독, 이시이 요시노리 셰프

미쉐린 셰프 이시이 요시노리는 도쿄 외곽에 오베르주 다이닝(숙박 시설이 함께 있는 식당)을 만들려 한다. 그만의 오베르주를 건축하는 과정은 ‘원래 있던 자연을 해치지 않는 접근’에서 출발한다. 자연을 해치지 않는 건축,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로 최상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그는 일본 전역의 어부, 농부들을 만난다. 셰프의 긴 여정을 담은 영화에서 자연은 셰프 못지않게 중요한 주인공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요리와 함께 담은 영화 <토키토: 요리 거장의 540일>의 아키 미즈타니 감독과 이시이 요시노리 셰프를 줌으로 만나 그들의 철학에 대해 물었다.

아키 미즈타니. 사진제공 서울국제환경영화제

- 오베르주를 건축하는 전 과정, 그리고 식재료를 찾아 나서는 셰프의 과정을 담은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아키 미즈타니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분은 프로듀서 마사시인데, 이분이 이시이 셰프와 일하면서 음식이나 자연, 그리고 재료와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 감동하셨다. 아무래도 좋은 재료를 찾아 전역을 찾아다니는 셰프가 흔치 않기에 이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나에게 제안을 했다. 나는 원래 요리의 세계는 잘 몰랐다. 이시이 셰프와 함께하는 모든 과정이 새로운 배움이었다.

- 촬영 기간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540일간 촬영하면서 초반 기획과 달라진 부분이 있나.

아키 미즈타니 2021년 가을, 기존 건물을 철거할 때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1년 반 넘게 촬영했다. 처음엔 레스토랑 오픈 과정을 연대기로 다루고 재료를 제공하는 농부와 어부의 메시지를 요리를 통해 전하고 건축 이야기로 중심을 옮기려 했다. 그 과정에서 셰프가 창작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아버지의 병환이라는 고비가 겹쳐졌다. 그런 것이 영향을 주어서 결국 음식 문화에서 인간의 내면을 조명하고, 그것이 자연과 연결되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 영화에서 이시이 셰프만큼 중요한 것이 일본의 대자연이다. 자연을 아름답게 담으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아키 미즈타니 광고와 다큐멘터리 작업을 병행해왔는데, 다큐는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셰프와 함께 다니다 보니 일본의 풍경을 아름답게 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드론 오퍼레이터와 촬영감독과 회의를 많이 했다. 영화 속에서 ‘자연과 싸우지 않는다’라는 인터뷰 내용이 있는데 우리 역시 자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 어부의 말 “나는 자연과 싸우지 않는다”는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 남획에 반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인터뷰들을 강조한 이유가 있나.

아키 미즈타니 이시이 셰프가 그분들을 직접 찾아갔고, 연결되었다. 아직 일본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의미 있는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찾고 싶었던 거다. 그 한 문장뿐 아니라 영화 속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바다나 땅과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도쿄에 사는 사람보다 자연을 훨씬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는 책이나 인터넷으로 환경 뉴스를 배우지만 그들은 체감하며 배운다. 그들과 대화하면서 절대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배웠다.

이시이 요시노리 재료를 고를 때 먼저 공급자(농부든 어부든)를 만난다. 영화에 나오는 농부는 14대째 농업에 종사해온 분인데 매년 자연의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세상이 계속 변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다음 세대를 위해 가업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분이다. 그게 정말 중요하다. 나는 그런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 어부 역시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태도 때문에 그분들이 주는 재료를 신뢰할 수 있다. 그들은 바다를 아주 잘 알고 있고 덕분에 우리는 더 좋은 요리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들이 카메라 앞에서도 그런 진정성을 보여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시이 요시노리. 사진제공 이시이 요시노리.

- 셰프로서 당신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인가.

이시이 요시노리 자연은 내게 전부다. 좋은 재료 없이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고 모든 재료는 자연에서 온다. 요즘은 인공조미료나 가공된 재료로도 맛있는 걸 만들 수 있다. 편의점 샌드위치도 맛있지 않나. 하지만 그런 건 내가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음식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 특별하고 추가적인 것을 고객에게 주고 싶다. 그것은 늘 자연에서 온다.

- 요리와 영화 촬영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

이시이 요시노리 영화제작을 함께하면서 느낀 건 요리나 영화나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거였다. 내가 운이 좋다고 느낀 게 요리하는 우리 팀도 영화 팀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촬영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항상 누군가 그걸 메워주었다. 그렇게 서로 도우며 완성할 수 있었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요리든 영화든 같은 원리다.

- 자연과 인간의 관계, 요리와 자연의 관계가 영화 속에서 드러난다. 셰프가 주인공이라 음식 다큐를 생각했지만 못지않게 자연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의도한 바인가.

아키 미즈타니 음식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자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남획, 과잉생산, 산업화의 문제로 몇년 후엔 사라지는 음식이 생긴다. 우리는 자연을 좀더 겸허히 존경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영화에서 와사비 농부가 이런 얘기를 한다. “매년 똑같은 크기로 자라는 게 우리에게 가장 좋다”고. 더 크게 많이 키우지 않고 매년 같은 수확량을 주는 자연의 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그 말에 많은 가치가 담겨 있었다. 어부의 얘기 중에 “이 어업을 아들에게도 물려주고 싶다”는 말이 강렬했다. 그 말에서 엄청난 사랑이 느껴졌다. 그 일을 정말 사랑하고 그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삶, 그 단순함 속에 다음 세대를 위한 고민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시이 요시노리 셰프로서 내가 고객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자연 그대로의 맛’이다. 자연 그대로라는 건 절대 단순하지 않다. 온도에 따라, 자르는 방식이나 조리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맛이 난다. 우리는 셰프로서 자연이 주는 것을 약간만 조절할 수 있을 뿐이다. 너무 통제하려 하지 말고 바꾸려 하지 말고 자연이 준 것에 약간만 손질해 더 좋은 맛을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의 요리이자 나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