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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요리영화에서 배우다, <토키토: 요리 거장의 540일> 김도윤 셰프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오계옥 2025-06-05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에서 긴 머리를 내리고 헤드폰을 쓴 채 요리에 집중하던 모습은 김도윤 셰프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방송 출연 전과 후 달라진 점은 3년이 아닌 4년 연속 미쉐린 셰프가 되었다는 것 정도일까.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도윤 셰프는 요리에 사용하는 원물을 원산지에서 직접 구해오고, 장과 젓갈을 담그고, 레스토랑 냉장실에서 500여 가지의 재료를 숙성, 발효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엔 생선을 잡는 방식이 궁금해 배를 타고 어부의 삶을 체험했고, 지금은 면에 사용되는 곡물을 산지별로 수집하고 배합해 자가제면을 한다. “프랑스, 일본 요리를 거쳐 한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한국에서 나는 재료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요리이고 무궁한 도전을 할 수 있어서다. 음식의 본질은 결국 그 재료가 가장 맛있는 시기에 수확해 쓰는 거다. 그러니 셰프라면 당연히 자기가 쓰는 재료가 어떤 생산자가 어떻게 키웠는지 과정을 알아야 한다.” 재료에 대한 김도윤 셰프의 집요함과 자연 그대로의 맛을 중시하는 철학을 알고 있기에 <토키토: 요리 거장의 540일>(이하 <토키토>)을 보고 대화를 나눠줄 것을 청했다. 산림청과 함께 임업 농산물을 알리는 일을 하기도 했던 그는 선뜻 영화 수다에 응해주었다. 요리를 업으로 하면서 취미도 요리 연구, 잘 때를 제외하고는 머릿속에 요리밖에 없다는 그는 영화도 요리영화만 본다고 한다.

<흑백요리사>에서 아쉽게 패배를 안겨줬던 식재료는 반건조 우럭이었다. 당시 우럭의 상태가 좋지 않아 방송 후 그 우럭을 키운 양식장을 알아내 무엇을 먹여 키웠는지까지 물었다고 한다. “우럭이 너무 뻣뻣했다. 뭘 먹였는지 물으니 냉동 정어리를 먹여 키웠다고 하더라.” 윤서울 연구실에는 여러 종의 생선이 지금도 건조 중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요리 연구소다. 15년 전에 언젠가 요리 연구소를 만들겠다 다짐했고 그 과정으로 좋은 항아리를 구해 장도 담근다.”

<토키토>의 이시이 셰프는 자연 그대로의 오베르주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일본 전역을 돌며 신선한 식재료를 모으고, 창의적인 요리법을 개발한다. 심지어 식당에서 사용하는 그릇까지 직접 빚는다. 이시이 셰프가 무농약 농법을 쓰는 농부를 찾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남획에 반대하는 어부의 생선을 찾는 것은 요리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이시이 셰프가 과거의 것을 보존하고 파괴하지 않으면서 오베르주를 지어갔듯이 김도윤 셰프 역시 과거의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전통의 한식을 연구한다. 이시이 셰프가 달콤한 열매를 먹은 멧돼지의 고기를 찾아냈듯이 최근 김도윤 셰프 역시 닭과 소에게 올리브를 먹여서 키우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올리브를 먹인 젖소에서 나오는 우유는 향이 다르다. 근데 이게 수익이 안되니까 계속하기 어려운 부분이 크다. 좋은 환경에서 나온 식재료는 그 맛이 비교가 안된다. 30년 전에 배에서 먹었던 준치의 맛을 지금 절대 느낄 수가 없는 것은 그때의 바다가 지금보다 깨끗했기 때문일 거다. 재료가 중요하기에 셰프로서 환경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