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떤 배우가 불쑥 작가의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 눈 밝은 출판사 수장들은 이미 가상 캐스팅을 마쳤다. ‘말’ 시리즈로 명사들의 언어를 그러모아온 마음산책과 ‘처음핀드’ 시리즈로 원석들의 첫 책을 발굴 중인 핀드를 비롯해 코미디언의 시집부터 노벨상 수상자의 르포까지 보유한 이야기장수, ‘아무튼’ 시리즈에 더해 믿고 보는 희곡집을 쌓아올리며 지면 위에 무대를 세운 출판사 제철소가 <씨네21>에 그 명단을 나누었다.
정은숙 - 마음산책 대표
섭외 ‘~ing’라고 우겨보며, 윤여정, 심은경, 강말금, 조현철, 고아성 배우 책을 만들 날을 꿈꾼다.
영화 이력이 역사로 남지 않고 현재의 생생함으로 숨 쉬게 하는 윤여정 배우의 목소리, 메시지를 <윤여정의 말> 인터뷰집으로 내고 싶다.
영화 <신문기자>부터 곧 만날 미야케 쇼의 신작 작업까지, 새로운 환경에서 심은경 배우가 쌓은 경험은 산문집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미세한 감정의 결을 몸으로 표현하는 강말금 배우의 이야기를 산문으로 읽고 싶다.
“책이란 인생에서 제일 큰 거”라고 말한 고아성 배우의 ‘큰 거’를, 어떤 장르이든 마음산책이 하고 싶다.
우리 사회가 기억하고 호명할 사건과 사람을 품고 있는 조현철 배우의 산문에 물성을 입혀보고 싶다.
이연실 - 이야기장수 대표
배우 탕웨이의 에세이를 만드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다. 그가 간간이 쓴 편지와 문장들은 경이롭다. 그는 완전히 다른 단어를 고르고 장인처럼 섬세하게 잇는다. 그가 <배우 박해일>에 쓴 놀라운 에세이를 보고 나는 <헤어질 결심>을 봤을 때보다 더 울었다.
배우 한소희의 책에 나는 이미 제목까지 붙여두었다. ‘한소희 에세이 <나의 전부>.’ 한소희는 자신을 키워주신 목숨 같은 할머니를 핸드폰에 ‘나의 전부’라 저장해두었다고 한다. 나는 그가 소음 가득한 인터넷 공간이 아닌, 책이라는 오래고 고운 상자에 그 특별함을, 전부를 풀어주길 소망한다.
배우 나문희가 노희경 작가에게 준 말과 위로는 나의 출판사 이야기장수의 이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너무 잘난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놀지 마, 희경씨. 재래시장에 많이 가. 그곳에서 야채 파는 아줌마들을, 할머니들 손을, 주름을 봐.” 나문희의 위로를, 내공을, 삶을 인터뷰집으로 담고 싶다.
김선영 - 핀드 대표
최근 핀드에서 펴낸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소설가 김명순의 소설집 <내 마음을 쏟지요 쏟지요> 추천 글을 배우 옥자연에게 받았다. 옥자연의 추천사 원고를 받고는 그저 경탄했다.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니. 100년 전 활동한 선구적인 예술가와 현대의 촉망받는 예술가가 글로써 공명할 수 있다는 게 감동적이었다. 옥자연은 그런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그의 글을 한자도 덜어내지 않고 뒤표지에 가득 실었다. 배우 옥자연은 이미 그런 글을 쓸 줄 아는 작가이기도 하다. 언젠가 배우가 아닌 저자로 다시 만나 옥자연의 오롯한 책 한권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김태형 - 제철소 대표
배우 옥자연의 에세이를 만들고 싶다. 옥자연이 사랑하는 여배우들에 관한. 2년 전 다섯명의 여성배우가 나오는 연극 <이런 밤, 들 가운데서>를 본 적 있는데, 거기에 출연한 그가 다른 네 인물과 주고받던 신뢰와 연대의 눈빛을 오래도록 잊을 수 없었다.
드라마 <가공OL일기>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일본의 작가이자 배우인 바카리즈무에게는 일상의 희비극에 관한 소설을 제안하면 어떨까. 그리고 드라마로 만드는 거다. 주인공은 카호.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