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 표준계약서, 성평등 가이드라인 한국영화계에 접목된다면 어떻게 변할까
영화산업 내 성폭력 피해자는 안개 속을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든든)은 2016년 미투 운동을 계기로 출발했다. 문화예술계 최초로 영화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면서 성희롱·성차별·성폭력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연쇄 가해와 2차 가해, 노동착취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영화계 성폭력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몫으로 남겨선 안되고 구조적·문화적·제도적 관점으로 산업 전반을 낱낱이 해부해보아야 한다. 이에 든든과 함께해온 김효정 상담위원, 안지희 변호사, 양승란 심리상담사, 전다운 변호사와 대담을 나누었다. 또한 법룰·심리 전문가와 든든으로부터 실질적 지원을 받은 2명의 피해자 A, B님이 선례를 알려주기 위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배급·유통 분야에서 일하거나 배우로서 영화산업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이 대담을 통해 홀로 웅크려 있는 또 다른 영화계 성폭력 피해자에게 희망이 가닿을 수 있길 바란다.
안지희 변호사
안지희 법률사무소 변호사. 2018년 든든 설립부터 법률 자문을 함께해왔다.
양승란 심리상담사
마음언덕심리상담센터 상담사. 2024년 10월부터 든든의 심리상담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전다운 변호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2022년부터 법률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든든을 찾은 피해자들을 변호해왔다.
김효정 상담위원
든든의 상담위원. 사건 정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법률·심리적 자문을 연계한다.
- 피해 상황 속에서 A님과 B님은 든든을 어떻게 알았고, 어떻게 연락을 취했나.
피해자 A 대학 시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자원봉사를 할 때, 든든에서 교육을 받았다. 한국 영화산업에 성평등센터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사건이 발생한 후 든든에 도움을 요청할지 고민할 때 다른 상황으로 든든에 연락했던 동료가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에 대한 기대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의 상황을 말씀드린 영화계 선생님이 다시 든든을 소개해주셨다.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달라져 있지 않을까 싶어 연락했는데 정말로 그랬다. 상담위원님이 친절하게 내 이야기를 경청해주셔서 긴장했던 것과 달리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피해자 B 독립영화 작품으로 활동을 많이 하던 선배가 있다. 그분이 내게 든든의 존재를 알려주셨다. 피해자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건 혼자서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이 과정에서 비용은 얼마나 발생하는지 등이 막연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 상세하게 나와 있었고 지원 내용도 적혀 있었다. 그 정보를 보고서 상담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당장 해결하려는 경우가 아니어도, 기록은 남겨둬야
- 성폭력 피해는 상황을 자세하게 전달해야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든든에서의 사건 공유 방식은 어땠나.
피해자 A 첫 상담은 전화로 이뤄졌다. 이때 상담위원님이 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해주셨다. 충분히 힘들었을 걸 이해한다고, 먼저 용기내 연락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이 위로가 되면서 마음이 열렸다. 우선 내가 받을 수 있는 지원 내역을 알려주셨다. 그제야 이 상황에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무척 고통스러운데, 내가 처음부터 작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화로 공유한 내용을 글로 정리해주시면 그 위에 내가 수정을 덧대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마음이 놓였다.
피해자 B 상담위원님이 이메일 한통을 보내도 매우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신다. 거기에 따뜻한 말씀도 해주신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초반 과정이 힘들게 다가왔다. 먼저 간단하게 인터넷 접수를 하고 사건의 큰 틀을 공유하는 전화상담을 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방문상담을 진행하는데, 프리랜서인 나에게 물리적인 이동과 체력 소모는 조금 힘에 부쳤다. 그리고 A님과 다르게 나는 문서를 직접 작성하는 과정이 있던 시기여서 그때 상담이 반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 과정이 왜 필요한지 설명해주셔서 납득했고, 스스로 이것을 완료하고 싶은 의지가 강해서 마칠 수 있었다. 그때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이 시간에 가해자는 편히 쉬고 있을 텐데… 나는 피해를 입고도 그것을 신고하기 위해 이렇게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다니’였다. 그런 억울한 감정이 가장 컸던 것 같다.
- 법적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 전다운 변호사는 B님의 사건을 맡아 진행했고, 안지희 변호사는 최근 다른 피해자의 합의 대리를 진행했다.
전다운 변호사 김효정 상담위원님이 1차 상담 내용을 꼼꼼히 공유해주셔서 원활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또 사건 특성상 영화업계에 대한 지식이 무척 중요한데 그런 부분까지도 든든에서 조력해주셨다. B님 사건은 형사고소부터 진행했다. 수사 결과, 검찰이 고소 혐의를 그대로 인정하고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가해자의 불복으로 1심 재판이 이어졌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가해자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약식명령보다 상향된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가해자가 다시 항소하면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든든 사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2차 피해를 가장 신경 쓴다. 피해자가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거나 향후에도 영화계에서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그늘 아래에서 재차 거듭되는 추가 피해나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고민한다.
안지희 변호사 내가 담당했던 피해자 또한 든든과 상담한 이후에 만나서 사실관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사실을 점검하는 것만큼 피해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산업 내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래서 다양한 정보를 펼쳐나가는 식으로 상담을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합의로 목소리를 모았다. 다행히도 합의가 잘되어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합의에는 보편적으로 신고를 하기 전에 이뤄지는 합의와 신고 이후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으려고 진행하는 합의가 있다. 이외에도 고소를 하기엔 사회적 파장이 너무 크지만, 피해자가 사과만큼은 꼭 받고 싶어서 합의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합의 과정에서는 피해자가 원하는 것을 세세하고 명확하게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 합의금부터 사과의 조건, 교육 수료 형태, 다른 사람이 질문할 때 반응하는 방법 등등. 원하는 사항을 하나하나 파악해서 상대방한테 전달하고 조율한다. 물론 쉽지 않다. 협의안이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15번 넘게 조율했다. 형사재판은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참여하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직접 요구할 수 없다면, 합의는 주도적으로 자신의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관철할 수 있다. 그 과정이 비록 힘들고 까다롭지만 회복에 있어서는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
- 영화산업 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문제도 결국 노동환경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것을 고려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든든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안지희 변호사 직장 내 성희롱 관점으로 접근하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영화산업 특성상 스태프 대부분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불분명하다고 파악되어 오히려 더 복잡해지기도 한다. 최근 예술인권리보장법이 개정되면서 예술인 범위에 포함되면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할 수 있는 장치가 생겼다. 하지만 배급, 유통 등이나 제작 스태프 중 예술계로 수용되지 않는 분야는 한계가 있다. 아직도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완전히 보호받진 못하고 있다.
피해자 A 근로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다. 영화산업에는 5인 미만의 제작사, 배급사 등 소규모 업체가 많아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도 많다.
전다운 변호사 고용노동부에 성희롱 진정을 넣는 것은 사업주에게 제재를 가하기 위함이지 가해자에게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건에 따라 적절한 구제 방법이 무엇일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사업체 규모가 큰 경우, 특정 인원 이상은 남녀고용평등법상에서 사업주가 조사를 하고 분리 조치를 취해야 하는 조항이 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이런 이행이 실질적으로 어렵다.
- 법적 절차를 생각하면 전문용어와 의미, 범주 등이 무척 어렵게 다가온다. 이런 부분을 이해하는 데에도 전문가들의 도움이 컸을 듯하다.
피해자 B 평소 조사를 많이 하는 편이어서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알아봤다. 그럼에도 법률 지식이 없으니 어렵게만 느껴졌다. 어릴 적부터 법 공부 좀 해둘걸…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법률 조사를 하면서 내가 들었던 궁금증, 의문점, 두려움 등을 잘 메모해두었고 변호사님과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계속 물어봤다.
전다운 변호사 고소장을 작성하기 이전부터 B님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제 피해가 발생한 때로부터 시간이 경과한 이후에 고소를 결심한 경우에는 간혹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도 진행해가면서 해결할 수 있다.
안지희 변호사 지금 당장 법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더라도 피해를 당했을 때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두는 게 좋다. 공공기관이나 상담 창구를 통해 상담을 받아두면 그것이 하나의 기록으로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요하고 침착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회식 자리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거 성희롱 맞죠? 신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같은 질문만 남겨도 증거 확보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니 든든의 문을 용기내서 두드리시면 좋겠다.
김효정 상담위원 든든의 상담 기록은 기본적으로 10년간 보존된다. 정보제공 동의에 그렇게 명시돼 있다.
누구나 법률상담과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다
- 현재 A님은 심리상담 지원을 받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상담은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하나. 또 현재 대응 방법을 고민 중인 만큼, 상담을 통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을 듯하다.
양승란 상담사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넘게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상담센터는 정신과 전문의가 대표로 있어 관리 및 운영을 함께하는 센터로서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통합적으로 연계해 진행하고 있어 일반 심리상담센터에 비해 통합적인 치료를 하여 특히 외상 사건으로 인해 취약해진 내담자가 좀더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성폭력 피해 내담자의 경우, 사건 직후나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어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담 초기에는 사건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감이 크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사건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사건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내담자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반응들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천천히 회복해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게 된다.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누구나 큰일을 경험한 후에 겪을 수 있는 일반적인 반응임을 아는 게 중요하다. 이 과정을 지나면서 일상생활로의 회복이 이루어진다.
피해자 A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마음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사건 직후에는 트라우마처럼 성인 남성을 쳐다보지 못했다. 밖에 나가는 것조차 무서웠다.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이고 되뇌면서 훈련을 하니까 그제야 조금씩 변해갔다. 모자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것, 자책하지 않는 것,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것. 그렇게 조금씩 회복해나갔다. 그리고 이제 너무 부여잡지 않으려 한다. 그 고통을 조금씩 흘려보내고 있다. 여기까지 오려고 정말 애썼다. 지금은 마음속으로 대응 방식을 정했다. 회사와 싸우기를 포기했달까. 그동안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이젠 나를 좀 챙기고 싶다. 그래도 아예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가해자가 해임되었고, 이후 나도 해고당했다. 이건 분명 부당해고라고 생각해서 고용노동부에 신고할까 하고 고민했지만 이제 그만두고 싶어졌다. 그래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도 정말 어려운 과정이었다. 심리상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법률상담과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자격에 제한이 있나.
김효정 상담위원 따로 기준은 없다. 든든에 신고하면 기본적으로 법률·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심리상담의 경우, 거주지 위주로 리스트를 보내드린다. 모든 비용은 든든에서 부담한다. 법률과 의료 모두 상대적으로 비용적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예산 한도 내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피해자 B 나는 개인적으로 심리상담이 크게 도움되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상담은 그만둬야지 생각했을 텐데, 든든이 있어서 중간에 센터를 바꿔보기도 하고 심리상담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도 있어, 정말 많이 지원받는 느낌이었다. 든든이 정말 든든했다.
- 특히 영화계 성폭력은 수직적인 위계에서 출발하여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이외에 영화산업의 성폭력은 어떤 구조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나.
안지희 변호사 공공기관 같은 경우 성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만 받아도 당연히 퇴직 사유가 되거나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지만 영화계는 징계라고 할 게 없다. 성폭력으로 징역을 살고 와도 그의 작업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게 없고 든든처럼 피해자를 대신해서 사건을 조사해주는 기관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새끼 스태프를 채용하는 구조이다 보니, 이들은 생계를 위해 신고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무엇보다 성희롱이 노동착취로 이어지는 특징도 보인다. 또 시간이 흘러서 언제 어떤 작품으로 다시 마주칠지 모른다는 불안이 피해자를 압박한다. 분리 조치가 가능한 일반 직장과 달리 어떤 스태프로 구성될지 모르는 영화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보인다.
피해자 B 지금 2심을 진행 중으로 법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여서, 현재 가해자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사업을 통해 또 새로운 작품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 법적 제재가 명확히 어렵다는 게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다.
전다운 변호사 대부분의 가해자가 영화산업 내 지위나 영향력, 자신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2차 가해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고질적 문제다. 피해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평판이 나빠지거나 불이익을 입는다. 영화계 출연 계약이나 스태프 계약 등도 상당 부분 법률 바깥에서 작동한다. 계약관계부터 법률적으로 명확히 하고 규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 영화산업이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서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안지희 변호사 근로계약 혹은 출연계약에 성평등 가이드라인이 들어가고 성희롱과 성폭력, 2차 가해에 가담하는 순간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는 표준계약이 필요하다. 또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할 때 성폭력 범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거나 재판을 받은 경우 제한을 가하는 것 또한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합의되지 않은 노출신이 있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계약서가 이런 허점을 완전히 보호해줄 수 있어야 한다.
전다운 변호사 든든의 자문위원으로서 배우, 영화제 직원, 여성감독 등 다양한 피해자를 상담해왔는데 그들은 공통적으로, 영화계의 법률 관계가 불분명하고 계약서 자체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는 만큼 권력자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소한 계약서가 필요하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상담 사업, 법률적 구제만큼이나 예방 사업도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양승란 상담사 정말 예방 교육이 중요하다. 사실 온라인 예방 교육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형식적으로 틀어만 놓아서. 실질적인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권력자의 입지가 크다면 사업주, 감독, 제작자들의 오프라인 예방 교육을 받을 수있으면 좋겠다. 오프라인 예방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다.
김효정 상담위원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고백해도 좋게 좋게 넘어가자는 식으로 몰아가는 주변 분위기도 큰 몫을 한다. 영화계 내부에 피해자 중심의 연대가 마련돼야 한다.
피해자 A 왜 영화산업이 유독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할까, 생각해봤는데 사실 성폭력 문제만이 아니다. 과노동, 괴롭힘, 찍어누르기, 견고한 카르텔. 권력자의 영향이 큰 만큼 외부에서 사건을 조사하는 시스템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영화계가 무서워하는 조사 시스템, 그게 구축되면 좋겠다.
피해자 B 나는 가해자가 자기 잘못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사실을 묻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믿기 때문에 더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영화인들이 다 볼 수 있는,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좋겠다. 더 쉽게 발화할 수 있고 공론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돼야 조금이라도 눈치를 보지 않을까. 경종을 울릴 시스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