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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 선명한 개성을 덧붙이기, <페니키안 스킴> 웨스 앤더슨 감독 로만 코폴라 프로듀서 인터뷰
조현나 2025-05-29

2년 전 <데드라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웨스 앤더슨 감독은 “스파이, 부녀 관계, 다소 어두운 이야기”라고 신작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사업가 자자 코다(베니치오 델 토로)가 오랜 숙원 프로젝트인 ‘코다 육해상 페니키안 기반시설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딸 리들(미아 트리플턴), 가정교사 비욘(마이클 세라)과 함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페니키안 스킴>은 이렇게 시작됐다. 미국작가조합 파업 이전에 대본을 완성한 웨스 앤더슨 감독과 로만 코폴라 프로듀서는 2025년 칸영화제에서 <페니키안 스킴>을 프리미어로 선보였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프렌치 디스패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즈 킹덤> 등에서 오랜 파트너십을 이어온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두 사람은 <페니키안 스킴>에 관해 사담을 나누는 것처럼 프로덕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로만 코폴라, 웨스 앤더슨(왼쪽부터).

- 처음 <페니키안 스킴>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웨스 앤더슨 베니치오 델 토로를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로만 코폴라와 내가 떠올린 이미지는 그가 사업가로 등장하는 모습이었다. 이 이미지에서 출발해 전체 이야기를 그려나갔다.

로만 코폴라 웨스 앤더슨과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온 사이라 프로젝트라고 정식으로 명명하며 출발했다기보다는 지속적인 대화 속에서 아이디어들을 자연스럽게 발전시킨 것에 가깝다. 이 영화도 웨스 앤더슨이 특정 캐릭터와 세계관을 명확하게 잡은 뒤에 이와 관련한 수많은 생각들, 예전에 본 영화나 가족 이야기 혹은 일상 속 디테일들을 자연스럽게 모았다.

- 극 중 ‘코다 육해상 페니키안 기반시설 사업’을 설명할 때 다양한 신발 박스를 활용한 아이디어가 흥미로운데.

웨스 앤더슨 아내가 예전에 겪은 일이 바탕이 됐다. 장인은 엔지니어이자 사업가였는데 언젠가 자신이 더이상 일을 지속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아내에게 자신의 사업에 관해 설명해줬다. 사무실에서 옷장을 열고 신발 상자들을 하나둘 꺼내 바닥에 놓으며 말했다. “이건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이건 스페인 남부 프로젝트, 이건 플로리다의 건축 중인 건물….” 그걸 본 아내는 “이건 말도 안돼, 정상적인 방식이 아니야”라고 답했다. 신발 상자 안에 사업 자료를 보관한다는 건 지극히 사적인 방식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건 자신이 모든 걸 통제해야만 하는 사람의 방식이기도 했다. ‘내 물건 건드리지 마. 어지러워 보여도 난 이 시스템을 잘 알고 있어’라는 태도가 담겨 있달까. 그게 이 영화의 형식을 결정지은 요소였다. (로만 코폴라를 바라보며) 혹시 이 영화로 인터뷰를 많이 했나.

로만 코폴라 아니, 아직 두번밖에 하지 않았다.

웨스 앤더슨 궁금한 게 있다. 혹시 기자들이 <페니키안 스킴>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이하 프랜시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게 아니냐고 묻지 않던가.

로만 코폴라 그런 질문을 두번 받았다. 재밌는 건 이 영화가 프랜시스의 일화가 바탕이 된 것이 아님에도 그와 유사한 느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베니치오 델 토로의 목소리나 특유의 억양이 프랜시스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일화를 하나 소개하면 프랜시스가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를 봤을 때도 자신에 관한 영화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왜 나한테 묻지도 않고 내 얘기를 영화로 만든 거냐?”고 했다. (일동 웃음) 웨스 앤더슨과 내가 워낙 오래 알고 지낸 사이고 가족 이야기를 자주 써서 더 그런 듯하다.

- 말이 나왔으니 자다 코다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그는 독특하고 비밀스러운 제국의 개척자 같은 인상을 주는데 이 캐릭터를 만들 때 주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무엇인가.

웨스 앤더슨 극의 배경은 1950년대인데, 당시 유럽에는 자자 코다와 같은 사업가들이 있었다. 특히 그리스나 이탈리아 출신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세련되게 옷을 입은 채 주로 해운업을 했다. 처음엔 이 이미지에서 시작했으나 이후로는 당시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존재하는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남성들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그들은 막대한 권력을 소유한 채 타인들의 삶의 풍경까지 바꾼다. 그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고 그것이 세상을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여러 캐릭터들의 다양한 면모가 자자 코다의 구성 요소가 되었다.

- 사업가인 자자 코다, 수녀 리들, 개인 가정교사 비욘이 함께 모험을 떠난다는 설정은 어떻게 떠올렸나.

웨스 앤더슨 실제 인물인 ‘칼루스트 굴벤키안’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당대의 사업가로 엄청난 예술품 컬렉터였고 매우 지적인 사람이었다. 더불어 우리는 그가 개인 가정교사를 두고 여가 시간에도 다양한 과목을 배웠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리들이 수녀라는 설정은 자자 코다가 딸과 떨어져 지낸다는 사실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됐다. 적당히 화려하고 검소한 스위스의 수녀원에서 지낸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영화 전체에 성경적 모티프가 숨어 있다.

- 자자 코다와 리들, 비욘이 차례로 방문하는 사업가들의 개성이 각기 다르다. 이들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의상디자이너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웨스 앤더슨 의상디자이너 밀레나 카노네로와 2003년부터 함께 일했다. 그만큼 긴 시간 서로를 신뢰하며 협업했지만 때때로 우린 밀레나가 선호하지 않을 설정을 요청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업가들이 회색 줄무늬 양복을 입는 건 밀레나가 처음부터 선택했을 컨셉은 아니다. 하지만 회색 줄무늬는 그 시대의 유니폼 같은 거다. 사람들은 일종의 부족처럼 비슷한 옷을 입고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부유한 남성들은, 예컨대 현시대의 브랜드로 비유하자면 로로피아나, 브리오니 같은 브랜드를 입는다. 1950년대 사업가라면 새빌 로나 밀라노의 테일러에게 맞춘 옷을 입는 게 당연했다. 그런 점들이 영화에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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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유니버셜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