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 만들면 레시피를 훔치면 된다. 식품 기업 ‘한상’의 후계자이자 ‘디아망 원스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범우(강하늘)는 작은 가게를 인수해 레시피를 베끼는 ‘레시피 사냥꾼’이다. 요리에 철학은 없지만, 성공을 향한 전략은 분명하다. 반면, 전주 한옥마을에서 간판도 없이 운영하는 식당 ‘정제’의 사장이자 셰프 모연주(고민시)는 “기본에 충실한 맛”을 철학으로 삼는 인물이다. 연주는 식재료 하나도 허투루 사지 않는다. <당신의 맛>(ENA)은 “키친 타카 성장 로맨스”를 표방하며, 선명하게 대비되는 두 세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한쪽엔 ‘스리스타’를 달성해 기업을 승계받고 싶은 범우가 있고, 다른 한쪽엔 확고한 요리 철학을 고수하지만 손님이 없어 월세가 밀려 가게를 잃을 위기에 처한 연주가 있다. 성장과 로맨스를 앞세웠지만 이 드라마의 ‘킥’(Kick)은 요리다. 지난해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넷플릭스)이 흥행한 이후 <냉장고를 부탁해>(JTBC), <주관식당>(넷플릭스), <미친맛집>(넷플릭스) 등 여러 개의 요리 프로그램이 파생되었다. <당신의 맛> 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드라마는 한상으로 대표된 ‘대기업 맛’에 저항하는 정제를 중심으로 ‘서바이벌’과 ‘힐링’의 중간 지대 정도에서 세태를 반영한다. 물론 골목에 있는 작은 가게라고 다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건 아니다. 드라마는 여기에 한 스푼의 ‘맛’을 더한다. “좋은 재료를 쓰는 건 원칙의 문제지, 선택의 문제가 아녀”라는 연주의 말처럼 ‘기본’과 ‘진심’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가 잃어가는 건 동네 단골집, 혹은 숨겨둔 최애 식당만이 아닐 것이다. 자본의 힘에 밀려나는 기본과 진심이 아닐까? 요리를 앞세웠지만, 대기업 맛에 저항하는 지역과 골목의 분투, 삶의 태도와 인생철학까지 두루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다.
Check Point
‘키친’을 중심으로 한 소재는 신선하지 만, ‘성장’과 ‘혐관 로맨스’라는 소재는 너무 ‘아는 맛’이라 신선도가 떨어진다. 코믹한 요소가 골목상권을 잠식한 대기업에 관한 문제의식을 담기에는 다소 단순 하고 가볍게 여겨지기도 하다. 새롭다고 하기엔 아는 맛이 강하고, 그릇이 요리와 맞지 않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