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기획리포트
[포커스] 멀티플렉스 최후의 카드, 먹힐 것인가? 메가박스중앙-롯데컬처웍스 합병 발표, 영화계 전반의 의견
이우빈 사진 오계옥 2025-05-23

지난 5월8일 롯데컬처웍스(이하 롯데)와 메가 박스중앙(이하 메가박스)이 합병 양해각서 체결을 발표했다. 롯데그룹과 중앙그룹의 영화 관련 계열사 두곳을 합치겠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 상영관을 합병하는 것이 아니라 양사의 영화 투자배급사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까지 모두 합병한다.

영화계는 뒤숭숭하다. 20년 넘게 이어져온 멀티플렉스 3사, 5대 투자배급사의 과점 구도가 재편된다면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계가 반등할 수 있을지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합병의 구체적인 안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시점이기에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긴 어려운 시점이다. 그만큼 영화계의 반응도 다양하다. 대기업 멀티 플렉스 중심의 독과점 구도를 꾸준히 비판해온 영화인들마저 합병의 득실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씨네21>은 극장 업계를 비롯해 투자배급사, 제작사, 법률 전문가 등을 취재하여 과연 이번 합병이 한국 영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종합해보았다.

왜 합병하나? 불공정은 심해지나?

메가박스의 모기업 중앙홀딩스는 양사 합병의 이유를 “극장 및 영화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성 확보”라고 밝혔다. 영화계의 해석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양사가 자금난을 개선하기 위한 최후의 자구책으로 합병 카드를 택했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자 A씨는 “결국 합병의 목적은 기업의 덩치를 키우고 재무구조를 개선하여 국내외 투자자에게 한국 영화산업이 여전히 매력적이란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1>의 내용처럼 롯데와 메가박스는 코로나 19 팬데믹의 영향이 있던 2020년 이후 계속하여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2024년엔 합산 103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 역시 롯데 1125%, 메가박스 857%로 양사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통상 300% 이상의 부채비율을 위험 신호로 보기에 극장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무척 심각한 상황” 이라는 게 영화 제작자 B씨의 설명이다.

한국 극장 업계 전반의 상황도 물론 나쁘다. 2024년 기준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개봉작의 평균 추정 수익률은 -16%였다. 극장 전체 매출 액은 1조1945억원으로 2017~19년 평균 대비 65%, 관객수는 56%에 머물렀다. 투자배급사 종사자 C씨의 말처럼 “이대로 가다간 한국 영화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롯데, 메가박스가 파산하고 CGV 계열사만 남는다면 영화산업의 독점 구조도 더욱 심화할 것이다.”

합병이 체결될 시 국내 영화산업의 불공정 사안이 심화할 것인지, 완화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2024년 기준 4대 멀티플렉스(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의 전국 스크린 점유율은 93.3%로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스크린독과점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CGV가 1346개, 롯데시네마가 915개, 메가박스가 767개의 스크린을 확보 중이다. 투자 배급사에서 일하는 D씨는 “자사 계열사의 영화를 밀어주는 일이 공식적으로 부정되긴 하지만, 실무 단계에서 좌석수 등을 검토하면 독과점 문제가 없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라며 “합병 시 CGV, 롯데시네마-메가박스 계열사 외 여타 배급사의 작품이 공정성에서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투자배급사 관계자 E씨도 “합병의 근원적 목적이 재무구조 개선 등 대기업 기준의 자본주의 논리인 만큼 수익 창출이 어려운 다양성 영화의 배급·상영 기회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에 합병 시 일어날 기대 효과를 점치는 의견도 있었다. 극장 업계 종사자였던 F씨는 “합 병에 성공한 롯데-메가박스가 CGV와 동등한 스크린 수를 확보하고 경쟁한다면 지금 지적되는 과도한 출혈 경쟁과 이동통신사 마케팅 등은 줄어들기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범죄도시4>와 같은 프랜차이즈 대작이 개봉했을 때 CGV가 60%의 스크린을 배정했다 면, 롯데시네마는 CGV의 상영 규모를 따라가기 위해 80%의 스크린을 잡고 적극적인 할인 마케팅을 펼쳐야 했다. 그러나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쳐져 1682개의 스크린을 확보하면 CGV와 비슷한 규모의 50~60% 스크린만 대작을 배정하고, 나머지 스크린은 중급 영화와 다양성 영화에 분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양사 합병 시 스크린 수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도 함께 살펴야 한다. 법조계 관계자 G씨는 “극장 산업은 부동산 이슈와 긴밀하게 연계해서 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보통 롯데시네마는 자사 계열사인 롯데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경우가 많고 직영 극장의 비율이 66%다. 그러나 위탁 운영 비율이 62%인 메가박스를 함께 활용하 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롯데백화점 내의 공간은 수익성이 더 높은 사업장으로 바꾸고 극장은 운영과 고정비 관리 등이 용이한 위탁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위탁 운영 계약은 보통 10년, 20년 단위로 체결되기에 양사가 단기간에 부동산(극장)을 정리하고 스크린 수를 조정할 여지는 현실적으로 적다.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롯데-메가박스 합병 건의 가장 큰 건널목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 다. 상술한 시장 불공정성, 소비자 후생 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단계다. G씨는 “중 장기적 측면에서 스크린 개편에 의한 극장의 접근성 변화 등은 소비자 후생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 시에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수직계열화로 인해 산업구조가 단순화되어 있는 한국 영화산업의 특성상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건 등의 여타 사례처럼 긴 시간이 소요되진 않을 것이다. “심사 시작과 공정위 조사를 포함해 6개월~1년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G씨) 롯데-메가박스의 투자배급 계열사 합병 건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등장했다. 우선 제작자 들은 “합병된다면 메인 투자처가 하나 줄어드는 것이므로 투자·제작 시장은 더 위축되고, 중급 영화의 제작 기회는 더 줄어들 것”(제작자 H씨)이란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으론 “2개로 나뉘었던 투자배급 라인이 일원화된 다면 업무 효율성이 증대”(E씨)될 수 있다는 의견이나 “더 거대해진 대기업이 독점 배급권을 미리 확보하여 일본 도호의 경우처럼 선투자를 받는 제작위원회 형태의 새로운 모델을 모색” (제작·배급 업계 관계자 I씨)할 수 있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었다.

이처럼 양사 합병의 결과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국 영화산업이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는 말엔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손놓고 이대로 가면 어차피 영화산업은 끝난다. 합병 과정에서 파생할 불공정 이슈 등 우려는 공정위 심사 과정이나 양사의 구체적인 합병안이 발표될 때 영화인들이 적극적으로 살피면 된다”라는 A씨의 말처럼 롯데-메가박스의 합병이 어떤 추이로 흘러갈지는 1년을 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두고 볼 문제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