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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칸영화제 개막작 <리브 원 데이> 리뷰, 개인의 확장
조현나 2025-05-16

유명 셰프인 세실(쥘리에트 아르마네)은 돌연 일터를 떠나 고향으로 향한다. 요리 경연 서바이벌 우승 후 레스토랑 개업을 준비하던 차에 원치 않은 임신 소식으로 혼란스러워진 탓이다. 처음으로 셰프의 꿈을 키웠던 가족의 식당에서 숨을 돌리며 그는 주변을 둘러본다. 나이든 부모, 가정을 이룬 친구들이 시간의 흐름을 체감케 하는 동시에 세실이 택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삶을 가늠하게 한다. <리브 원 데이>는 아멜리에 보닌 감독이 2023년 세자르상을 수상한 동명의 단편을 각색해 내놓은 첫 장편이다.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신인감독의 첫 장편영화가 선정된 최초의 사례다. 지난해 칸영화제 개막작 <더 세컨드 액트>가 형식적 실험에 충실했다면 <리브 원 데이>는 목표 지향적인 인물이 본원지 에서 과거 인연들을 만나 영감을 얻는다는 익숙한 구성을 취한다. 장소를 세실의 레스토랑에서 고향으로 옮김에 따라 한 개인에서 세실의 관계 성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리브 원 데이>가 공들여 다루는 ‘공동체’라는 주제가 자연스레 부각된다. 여기서 요리는 세실과 주변인을 잇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가족들과 공동으로 작업하며 자연스레 과거를 추억하게 되고 세실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시그니처 메뉴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세실과 주변인을 엮는 두 번째 매개체는 음악이다. 뮤지컬영화인 만큼 여러 노래를 삽입하는데 작품의 고유 넘버를 고집하지 않고 셀린 디옹, 클로드 프랑수아, 미셸 델페츠 등의 음악을 적절히 활용했다. 그로 인해 현실성을 담보하고 히트곡이 흘러나올 때마다 극중인물들 만큼이나 스크린 너머의 관객 또한 극의 분위기에 쉽게 동화 될 수 있도록 했다. 대화 도중 갑작스레 배우가 노래를 시작하곤 하는 뮤지컬영화의 특성을 메타적으로 짚어낸 장면 또한 유쾌하게 연출됐다. 가수인 쥘리에트 아르마네는 뮤지컬 무대로 변모하는 세실의 일상을 이질감 없이 완성한다.

<리브 원 데이>(Leave One Day)라는 제목처럼 세실이 잠시 일상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극의 중추를 담당한다. 아멜리에 보닌 감독은 단편을 장편화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꿨고 그가 목도한 주제에도 변주를 주었다. 40대 여성을 중심으로 사랑과 우정, 가족 등을 경유해 세실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파리가 아닌 프랑스 지역공동체의 묘사에 힘을 실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공동체라는 주제에 몰입한 나머지 세실 개인의 문제에 대한 논의는 오히려 뒤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임신을 비롯해 세실이 쥐고 있던 주요 논제를 교묘히 언급하지 않거나 두루뭉술하게 다루고 마무리 짓는 점, 익숙한 전개로 인해 유사한 플롯의 타작들과 차별화될 개성을 포착하기 어려운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칸영화제는 신인의 데뷔작을 개막작에 올리는 과감한 선택을 보였지만 정작 해당 영화의 전개는 평이하고 안전했던 셈이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영화”(<스크린 데일리>), “세실의 고향도 그녀의 갑옷을 제대로 흔들지는 못한 다”(<버라이어티>)라는 상반된 평을 얻은 <리브원 데이> 상영을 시작으로 제78회 칸영화제는 12일간의 긴 여정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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