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4일 낮, 개막식 준비에 한창인 칸영화제 중심부, 팔레 데 페스티벌.
칸은 드물게 높은 계단으로 향하는 길목에 레드카펫을 설치하는 영화제다. 올해는 심사위원장 쥘리에트 비노슈,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자 로버트 드니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초대된 홍상수 감독, 개막작을 연출한 아멜리에 보닌 감독 등이 가장 먼저 계단을 올랐다. 뤼미에르 대극장이 위치한 팔레 드 페스티벌 정문에 위치한 24 계단은 초당 24프레임인 전통적인 필름영화에 대한 경외를 뜻하며 카미유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가 흘러나오는 영화제 타이틀 필름은 이 계단을 기어코 천상까지 펼쳐 올린다. 매년 5월 중순의 약 2주간, 프랑스 남부 칸섬은 오직 영화만을 위한 숭고한 성소가 되고자 한다. 올해 영화제는 그러나, 예술이라는 초국적의 영토를 숭배하기보다 현실과의 관계 맺음을 직시하는 목소리들이 더욱 각광받는다. 개막 기자회견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되었던 동료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유죄판결을 받은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기를 요구받은 쥘리에트 비노슈의 대답처럼. “그는 더이상 신성(神聖, monstre sacré)이 아니다.” 동시에 전세계 기자 들은 질문한다. “가자지구에서 지금도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왜 축제가 필요합니까?” “그럼에도 영화제는 어떤 가치가 있습니 까?” “트럼프의 횡포에 유럽 영화제는 어떤 관점을 고수합니까?”
여느 때보다 한국 기자의 수가 적은 가운데 <씨네21>이 쥔 고민거리, 12년 만에 한국 초청작 0편(장편 극영화 기준)이라는 결과는 그에 비하면 국지적 징후라지만 외면하긴 어렵다. 세계를 둘러싼 암울한 그림자가 무색하게 지중해의 햇볕에 반짝이는 칸의 붉은 주단은 여전히 눈부시고 본연의 의미를 반추하는 동안에도 축제의 열기는 오롯할 예정이다.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경쟁부문은 다양성과 정치성, 마켓의 열기까지 적절히 이끌고 갈 작품들도 포진해 있다. 12일간의 영화 탐색을 전하기 앞서 개막식 전후를 둘러싼 올해 칸의 이슈와 함께 개막작인 아멜리에 보닌 감독의 프렌치코미디 <리브 원 데이> 리뷰를 전한다.
*이어지는 글에서 78회 칸영화제 개막리포트와 리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