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라틴영화제에 <독수리는…> 외에도 <달팽이의 계략> <타임아웃> 등 3편의 장편영화를 선보인 카브레라 감독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연극연출가이자 배우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아버지가 베이징국립영화제작소의 스페인어권 영화 더빙책임자로 부임하면서 10살 때 중국으로 가서 베이징에서 수년간 살았고, 그러면서 어렸을 때부터 각종 소년 캐릭터의 더빙연기를 했다. “서양과 동양의 문화를 두루 경험한 것은 나의 큰 재산”이라고. 런던에서 영화를 공부한 이후 카브레라는 콜롬비아로 돌아와 촬영감독으로 일하며 사이사이 단편작업을 했고, <독수리는 파리를 사냥하지 않는다>(1994)로 장편데뷔를 했다.
퇴학당한 사관생도 블라디미르 오쿠엔도가 우연히 자신의 어린 시절, 아버지와 교사간에 전설적인 결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고향에 가서 그 사건의 전모를 알아본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1995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4편의 장편을 찍은 그는 현재 콜롬비아의 ‘잘 나가는’ 감독 중 하나로, 국제영화제의 인정 못지않게 국내 관객의 사랑도 받고 있다고. “나는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그리면서 그 속에서 사회적 메시지가 묻어나게 한다. 진실을 덮지 않는 코믹함, 아이러니가 나의 기본테마다”라는 그는 “현재 콜롬비아에선 좋은 영화들이 준비되고 있지만 1년에 영화가 8편 정도만 제작되는 등 양적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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