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진 | 미술 |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로 데뷔해 최근 <킬링 로맨스>와 <잠>을 작업한 신유진 미술감독은 공간에 감정의 공기를 주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비주얼 아티스트다. <킬링 로맨스>에서 조나단(이선균)의 큰 저택이 답답했던 건 자신에게 집착하는 조나단을 숨 막혀 하고 그곳을 감옥처럼 느끼는 여래(이하늬)의 마음을 디자인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미지의 콸라섬을 만들 때는 독창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설정을 집어넣었다. 의외로 생활감 구현은 그의 장기이기도 하다.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그대 이름은 장미>를 맡았을 때는 자신의 옛 살림 도구들을 세트에 채워넣어 시대성을 제대로 살렸다. 인테리어 회사를 다니다가 미술 스탭 모집 공고에 혹해 영화계로 뛰어든 신유진 미술감독은 한 작품만 끝내자는 마음으로 버티다가 어느덧 필모그래피에 10편 이상이 쌓였다. 2019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는 언젠가 “흑백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꿈에 응원을 보낸다. /이유채
강국현 | 촬영 |
2015년 <무뢰한>이 공개됐을 때 관객들은 김혜경으로 분한 전도연의 섬세한 연기를 극찬했다. 그리고 김혜경의 컴컴한 심연을 그대로 외현한 <무뢰한>의 프레이밍에 박수를 보냈다. 2019년 <벌새>가 공개됐을 때 관객들은 1994년을 사는 중학생 소녀의 시선을 더없이 정확히 담아낸 강국현 촬영감독의 이름을 또 한번 영화 밖으로 소환해냈다. 이경미 감독의 단편 <오디션>으로 처음 영화 촬영의 세계에 들어온 강국현 촬영감독은 암청색 화면만큼이나 서늘하고 음울한 미장센이 돋보이는 <줄탁동시> <미쓰백> 등의 영화 촬영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벌새>와 <내가 죽던 날> <소울메이트>처럼 여성주인공들이 느끼는 극도로 섬세한 감정의 결을 서정적으로 시각화하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카메라맨이다. 강국현 촬영감독의 활약은 스크린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2021년 TV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의 촬영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전방위 플레이어인 강국현 촬영감독의 날갯짓은 계속될 예정이다. /정재현
정이진 | 미술 |
정이진 미술감독은 조화성 미술감독이 이끄는 화성공작소에 합류하며 영화미술의 세계에 입문했다. 그는 유독 한 시절을 그림으로 살려내는 데 주력해야 하는 시대물에 많이 참여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소품팀장이었고, <역린> <밀정> <마약왕> 등의 미술팀에서 활약했다. <낫아웃> <거래> 등 이정곤 감독의 작품에서 분명한 자기 색을 보여준 정이진 미술감독은 지난해 <거미집>의 미술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조홧속인 유신 검열시대에 영화 ‘거미집’을 완성해야 하는 소동극 <거미집>에서 1970년대 영화에서 볼 법한 세트와 소품에 시대의 공기는 물론 영화의 직접적 상징인 ‘거미집’의 컨셉까지 엮어냈다. 평단은 <거미집>에서 정이진 미술감독이 보인 호연에 즉각 응답했다. 제44회 청룡영화상과 제10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에서 미술상을, 제24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에서 기술상을 수상했다. 그의 이름을 앞으로도 주시해야 한다. /정재현
조형래 | 촬영 |
<길복순> <콘크리트 유토피아> <킹메이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4등> 등 아슬아슬하고 스릴 넘치는 장면들은 조형래 촬영감독의 본능적인 감각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독립영화 <4등>을 보고 유려한 촬영에 반한 변성현 감독이 조형래 촬영감독을 수소문해 찾은 건 유명한 일화다. 극의 전반적인 흐름과 장면의 주요 포인트를 예리하게 포착해낸 조형래 촬영감독은 신선하고 도전적인 방식을 고집했다. 특히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소재나 미술적 감각이 기성 홍콩·일본 누아르를 계승하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창조할 수 있도록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콘티 작업을 임했다. 그러니 조형래 촬영감독은 행운이나 임기응변, 즉흥적인 기술에 기대기보다 철저한 계획과 계산 아래 움직이는 외골수다. 프레임 안에 인물간의 이해관계와 미세한 감정 변화까지 한꺼번에 담아내는 것 또한 그가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결과다. 그만의 독창적인 시각과 시도 안에서 프레임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감이 커진다. /이자연
한미연 | 편집 |
한미연 편집감독은 흔치 않은 80년대생 여성 편집감독으로서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2015년 영화 <대배우>로 편집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쌓은 그는 <댓글부대>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최근 개봉 영화의 편집 크레딧에서 이름을 쉬이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편집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그에게 제41회 청룡영화상 편집상을 안기면서 중요한 작품이 됐다. 돈 가방을 탐내는 여러 인물의 개별 서사가 깔끔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건 그의 공이 크다. 한미연 편집감독은 원래 영화 연출 전공이었으나 곧 연출은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에 입학해 편집을 전공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과도 연이 깊다. <설국열차>에서 현장편집 어시스턴트를 맡았고 <옥자>와 <기생충>의 현장 편집에도 참여했다. 2020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편집 철학을 전한 바 있다. “좋은 편집은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 관객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해야 한다.” /이유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