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이성태 감독님이 동명이인 배우 김재영을 검색하던 중 내가 같이 검색이 된 거다. 사진만 보고 성훈 이미지에 맞다고 생각해 회사로 연락을 하셨다고 했다. 나도 잘 모르는, 내 안의 악을 보셨다고 했다. 나는 내가 웃으면 개구쟁이 같고 해맑아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감독님은 웃는 게 무섭다고 하시더라. (웃음) 역할이 강력해서 누가 했어도 주목받았을 텐데 내가 운이 좋았다. 올해 영화가 초청된 부산국제영화제 GV 때 질문도 많이 받았다. 성훈이 <시계태엽 오렌지>(1971)의 알렉스(말콤 맥도웰) 같았다고 말해준 분이 있었는데 그땐 내가 그 영화를 몰라서 멀뚱하게 있었다. 나중에 보니 굉장한 작품이더라. 그 관객에게 고마웠고, 정말 뿌듯했다.
-성훈은 요즘 가장 무섭게 느껴지는 타입의 악인이다. 이른바 ‘싸가지 없는 금수저’인데, 캐릭터엔 어떻게 접근했나.
=몸은 어른인데 정신적으론 그만큼 성숙하지 못한 인간을 생각했다. 제대로 악역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감독님은 다른 걸 참고하지 말라고 하셨다. 아직 테크닉이 많이 부족하니 보고 따라하려고 해도 안 될 거라 하시더라. 다만 <오아시스>(2002)의 종두(설경구)가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면 무서울 거라고 설경구 선배님의 연기를 연구해보라는, 그 정도의 얘기만 하셨다. 마동석 선배님은 악의가 없이 악하게 구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으니 더 약하게 하라고, 힘을 빼라고 조언해주셨다. 약자를 모질게 괴롭히고 강자에겐 비굴한 사람으로 표현해보려고 했는데 영화를 보면 그 점은 잘 모르겠더라.
-성훈은 무서운 게 없는 사람 같았다. 물리적으로 밀릴 때나 조금 뒤로 물러서는 거지 진짜 기가 죽는 일은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맞다. 형석(마동석)에게 쥐어터질 때도 그 순간을 회피하려 순하게 구는 것뿐이다.
-현장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낀 건 뭔가.
=민호씨는 아이돌이니까 몸을 잘 쓰고 마동석 선배님도 액션을 잘하는데 나만 잘 못했다. 무술감독님이 성훈이 권투를 배운 캐릭터면 좋겠다고 해서 권투도 배웠는데 거의 써먹지 못했다.
-모델로 데뷔했는데, 처음에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모델로 일할 때 방송 출연을 했는데 막상 내가 화면에 나오는 걸 보니 재밌었다. 다른 일을 더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연기에 관심이 생겼고 <노브레싱>에 출연할 때 아예 모델 일을 접고 연기에 집중하려 했다. 그런데 생계가 힘들어져 디자이너 선생님들이 가끔 불러주시면 아르바이트하듯 모델 일을 겸했다.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악역이라 사람들에게 욕먹을 일이 무섭기도 했고 앞으로 일이 잘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2015)에서 남궁민 선배님의 악역 연기가 대중의 호감을 얻는 걸 보고 내 생각이 짧았음을 알았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데, 다니면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다. 여러 유형의 연기를 많이 해봐야 할 것 같아서다. 실제로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라 진지한 역할은 아직 겁난다. (웃음) 작품 들어가면 PD님이나 감독님이 일종의 안전선 같아서 많이 물어보는데, 이제는 점점 거리를 두고 스스로 생각하는 걸 익혀야겠다.
영화 2016 <두 남자> 2013 <노브레싱> 드라마 2016 <마스터-국수의 신> 2016 <뷰티학개론> 2015 <너를 기억해> 2014 <아이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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