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 프로젝트라고 들었다.
=이방인을 주제로 한 3부작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2년 전 칸국제영화제에서 제작 계획을 밝혔던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제)가 첫 번째이고 <가위>가 두 번째다. <가위>는 다시 3부작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티엔이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은 건 <가위>의 첫 번째 영화다. SF, 판타지, 로맨스가 섞인 이야기인데 중국에서 선호하는 장르라는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중국 투자를 염두에 둔 시나리오인가.
=미국에서도,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방인의 삶은 내 주요한 화두였기에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를 써나갔다. <가위>는 내 15년의 체험이 쌓인 시나리오다. 처음엔 한국에서 투자를 받고 싶었지만 SF 장르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의 진행에 좀더 시간이 필요해진 참에 직접 부딪쳐보기로 했다. 중국은 그 과정에서 찾은 활로다.
-중국 제작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문을 두드렸다고 들었다.
=막연히 바라보던 길들이 좁아져간다고 느낄 즈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중국 영화인들의 행사가 있었는데 무작정 찾아가서 사람들을 만났다. 중국 시장의 가능성에 눈뜬 후 중국 제작사들을 찾아가 여러 차례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물론 처음에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회사 로비에서 대표나 프로듀서들이 지나갈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도 했고 만나줄 때까지 몇번이고 찾아갔다. 중국은 일요일에도 근무하는 회사가 많아서 나도 일요일에 출근하다시피 했다. (웃음)
-영화 속에 나오는 성공 스토리 같다.
=물론 중국에서도 신인감독이 대뜸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들고 와 설명하니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어떤 만남도 실패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분도 있었고 때론 적합한 프로듀서나 제작사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반대로 나 역시 아무에게나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애원한 건 아니다. 만들 사람도 투자자를 고를 필요가 있다. 내 이야기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반응하는지, 업무 진행 과정에서 엄격함과 기본을 지키는지가 중요했다. 신인이라 입봉이 절박하다고들 말하지만 내 목표는 좀더 길고 먼 곳에 있다. 공정한 관계에서 시작해야 오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좋은 인연과 만남에 감사한다.
-영화사 아크시네마 대표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의 목표는.
=제작자를 겸하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내 이름은 오은인데, 영어식으로 읽으면 은오가 된다. 발음이 우노(UNO)와 비슷한데 첫 번째이자 하나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유일한 나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기왕이면 넘버 원이라면 더욱 좋겠다. (웃음) 앞으로의 프로젝트를 선보이기 위해서라도 첫 영화 <가위>(The Night Man, 가제)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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