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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협상의 기술> 차강윤
이유채 사진 최성열 2025-05-29

<졸업>의 그 학생, <협상의 기술>과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의 그 인턴. 배우 차강윤은 최근 2년간 드라마에서 새싹 캐릭터를 연달아 맡으며 주목받았다. 실수를 거듭하며 때론 스스로 깨우치며 방향을 찾아가는 인물을 매번 조화롭게 그려내 신인의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을 시청자에게 안겼다. 지난 5월18일 종영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의 인턴 탁기온은 중반에 투입된 역할로, “이미 형성된 극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게” 관건이었다. 현장에서 주로 합을 맞춘 “이창훈, 신시아, 고윤정 선배님의 연기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대화도 적극적으로 나누며” ‘율제병원 사람’다운 리듬을 잡아나갔다. 표현의 정도에도 특별히 신경 썼다. “아직 초보라 해도 의사이지않나. 너무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연기하면 현실성이 떨어질 것 같았다. 마냥 귀여운 인턴처럼 보여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기온의 진정성을 더 드러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기온이 환자에게 암이라는 사실을 말해버리는 7화 장면에서 그의 노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단순히 ‘기온이 실수를 했다’라는 신으로 보이길 원치 않았다. 기온은 어떤 말과 행동에서도 진심이 묻어나는 친구라고 생각했기에 찰나에도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잘 전달되도록 감정을 실었다.” <협상의 기술>에서 인턴 진수를 맡았을 때도 팀의 막내라는 포지션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산인그룹 M&A팀의 사고뭉치 진수가 현명한 선배들 곁에서 쓸 만한 동료가 되어가는 동안 신인 차강윤도 협업의 감각을 익혀나갔다. 인턴의 기술은 친누나에게 배웠다. “누나가 본인의 회사 인턴 시절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대화를 나누며 보통 인턴이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걸 바탕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이 작품에서는 안판석 감독의 전매특허인 남녀의 서정적인 거리 신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6화에서 진수가 상대 직원 히로세(미야우치 히토미)와 시즈오카의 저녁 거리를 걷는 장면은 대본에 없던 즉흥적인 시퀀스였다.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당시 일본의 새벽이 정말 예뻤고 감독님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걸으라고 하셔서 신나기도 했다. 히토미 배우님과 일상적인 말을 주고받으면서 웃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겨 나도 참 좋아하는 장면이다.” 앞서 차강윤은 안판석 감독의 <졸업>으로 데뷔했다. 혜진(려원)과 준호(위하준)의 애제자 시우 학생으로 발탁된 게 “선물”처럼 느껴진 건 캐스팅 소식을 실제 생일날 들었기 때문이다. “오디션을 본 직후에 바로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아무것도 없는 나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당시 시우뿐 아니라 최형선 원장(서정연)까지 연기했는데 여성 캐릭터를 포함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보는 경험이 무척 재미있었다.”

한때 차강윤도 기온과 진수, 시우처럼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숨겨왔던 예체능에 대한 열정을 꽃피우기 위해 보컬학원에 전화해 상담했고, 그때 들었던 선생님의 현실적인 조언에 다시 모범생의 길로 돌아갔다.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기숙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고3 5월, “이 길로 안 가면 크게 후회할 것 같아” 연기·모델 학원을 찾았다. “매주 토요일 수업이었는데 문제는 그때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이라 밖에 나갔다 오면 무조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다. 6개월간 수십번 코를 찌른 거다. (웃음)” 혹독한 시간은 이어졌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운동장을 돌면서 워킹하는 학생”으로 전교에서 유명할 만큼 “구두 밑창이 다 닳도록” 연습했다. “4층 창의융합 동아리실에서 울면서 연습하던 기억도 생생하다. 미래가 불확실하니까. 그래도 정말 하고 싶은 마음 하나로 버텼다.” 그 덕분에 결국 부모님에게 자신의 선택을 인정받았고 서울예술대학교 연기전공에 입학, 절박했던 꿈을 이뤘다.

수영, 기타, 요리, 비트박스까지 호기심 많은 ‘취미 부자’인 차강윤의 버킷리스트는 이미 빼곡하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달려나가는 소년의 성장담이 지금의 나와 맞닿아 있어 꼭 해보고 싶다. 또 언젠가는 배우라는 꿈을 처음 꾸게 한 <1987> 같은 역사물에 출연하고 싶다. 훌륭한 역사영화를 남겨 다음 세대에 보여준다면 정말 뜻깊을 것 같다. 빌런 중 최고로 매력적인 빌런, <나 홀로 집에>의 도둑들 같은 캐릭터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먼 훗날, 현장에서 흡수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쓴 시나리오로 연출하는 꿈도 조금씩 키우고 있다. 배우 차강윤의 필모그래피는 하반기에도 계속된다. “<견 우와 선녀>의 지호는 짝사랑을 위해 자기 몸을 사리지 않는 고등학생이다. 풋풋한 청춘 로맨스이면서도 심오한 면이 있어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다.” 캐릭터에 입체성을 살리고 싶어 매일 보고 듣고 배우는 일을 성실히 해나간다는 배우 차강윤. 그의 오늘은 언젠가 한 장면을 완성할 재료로 쌓여가고 있다.

filmography

드라마

2025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2025 <협상의 기술> 2024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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