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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영화제 운영 공모 방식은 무조건 공정한가?
글·사진 김소미 2025-08-28

서울독립영화제를 위한 가장 안정적인 거버넌스 고민해야

8월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독립영화제 거버넌스 회복이 갖는 의미와 과제’ 토론회는 윤석열 정부에서 ‘0원’으로 전액 삭감됐던 서울독립영화제의 예산이 지난달 4일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지원 예산 4억원이 편성되며 예산 복구 및 증액된 가운데, 영화인들이 새 정부의 장기적인 정책 마련을 촉구한 자리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김현수 영화진흥위원회 사업본부장, 김지희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이 참석했고 모은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위원장,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 김미영 감독, 권해효 배우, 이동하 영화인연대 공동대표(영화사 레드피터 대표), 이원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김조광수 감독이 맡았다.

50년 역사 속 거버넌스의 변화

토론회 첫 발제를 맡은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위원장은 서울독립영화제의 역사를 통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거버넌스의 변화상을 축약했다. “1975년 박정희 시절에 시작해서 국민주권 정부 이재명 정부까지 함께하는 역사적인 영화제”라고 소개한 그는 “계엄을 두번이나 겪은” 영화제라며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절해고도>를 만든 김미영 감독은 창작자들의 증언을 모아 발제하는 형태로 목소리를 냈다. 연상호, 이경미, 양익준, 이옥섭, 윤단비, 강유가람 감독 등이 지원 사업과 상영을 통해 서울독립영화제를 거쳐간 사례도 이에 힘을 실었다. 김동현 위원장은 “영진위의 현 사업이 용역 및 입찰 사업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서울독립영화제뿐 아니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파행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7년에 영진위가 찾아와 함께 기획하자고 해서 사업을 진행했었는데, 2023년부터 입찰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독립영화제는 정부가 영화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정 위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어진 발제에서 김현수 영진위 사업본부장은 서울독립영화제를 “단순한 상영 행사가 아니라 독립영화의 네트워크”라고 정의한 뒤 “우수작을 발굴해 상영하고, 창작자들이 모여 네트워킹을 하며, 상금을 통해 차기작 제작을 지원하고, 배급사나 투자사들이 작품을 픽업하는 산업적 기능까지 수행한다”고 짚었다.

이를 바탕으로 김현수 본부장은 “지금까지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영진위와 한국독립영화협회 두개의 기관과 단체가 협업해서 공동주최하는 형태였지만 앞으로는 프로듀서, 한국영화 제작업계, 그리고 한국영화 연출업계 등 한국영화의 모든 창작업계가 함께 꾸려가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영진위가 독립영화를 상업영화로 가는 발판으로 인식하는 발언에 반발한 영화인들은 “한국독립영화협회는 독립영화 창작자들이 이미 대부분 모여 있는 단체”라며 “새로운 제작업계, 새로운 연출업계가 더해진다는 뜻의 실질적인 의미가 우려스럽다”(김조광수)고 문제제기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은 “왜 늘 독립예술이나 독립영화를 말할 때는 돈과 연결짓는지 모르겠다. 돈 되는 산업들이 얼마나 많은 기초 예술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취했는지를 우리는 왜 말하지 않는가”를 질문했다.

본질적으로 해결된 건 없다

이원재 위원장은 “문체부와 영진위가 정체성과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예산 파행 문제는 지자체들이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문화예술을 파행적으로 공모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가 했던 가장 나쁜 만행 중 하나가 거버넌스를 파괴한 것”이라 지적한 그는 “지역문화진흥법에 아예 거버넌스에 민간이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된 걸로 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선 영진위는 적어도 형식적 소위가 아니라 독립영화 전체에 대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야 한다. 예산 문제를 포함해 그 안에서의 독립영화의 역할과 가치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공동주최는 영진위가 시장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영화의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며 공모를 통해 단체를 바꾸는 것에 대해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사례를 다시 예로 들었다. “독립영화에 관해서 다른 전문성 그리고 또 창작가와 관객과의 신뢰성이 있는 단체가 운영을 하는 것이 맞지 매번 성과 지표에 따라서 업무에 참여해서 선정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에 김지희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은 “지역 영화제를 포함한 모든 영화제들이 특정한 평가 없이 일정 금액을 매년 똑같이 받는 것이, 그 영화제가 처한 현실이나 필요한 예산 같은 게 다를 수 있는데 공모 안에서 그런 부분들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취지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덧붙여 그는 “영진위가 서울독립영화제의 공동주최자로서 온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독립영화제의 비전과 과제는

모은영 집행위원장은 “공동제작에 있어서 해외 펀드들을 국내 창작자들과 연결할 수 있는 프로듀서 또한 양성할 필요가 있다. 창작자 인큐베이팅, 개발, 후반작업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산업 프로그램을 통합하고 확대해 체계화하는 교육이 필요하고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발제했다. 이는 서울독립영화제가 국내는 물론 아시아 독립영화제의 중심으로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비전과도 맞물렸다. 원승환 관장은 독립영화의 국제적 진출이 미흡한 상황에서 고립될 여지가 있음을 짚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서울독립영화제를 활용해 한국의 의제를 세계로 확산하려는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

격론 속에서 이기헌 의원은 “대한민국 문화산업에서 영화산업의 간판 영화제였던 서울독립영화제가 50년을 넘었다고 하면 경쟁이라는 틀을 뛰어넘는 하나의 유산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산의 공정한 집행도 중요하지만 문화산업에 관해서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상준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영진위에서 근무하면서는 거의 매일 옳은 것과 옳은 것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독립영화의 정체성 문제를 고려하면서 예산을 확보하고 분배하는 과정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2시간여에 걸친 격론 끝에 명확해진 것은 서울독립영화제를 둘러싼 갈등이 단순한 예산이나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독립영화의 정체성과 가치, 문화정책 거버넌스의 본질, 그리고 현장과 정책기관간의 신뢰 회복이라는 근본적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비슷한 갈등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요한 것은 내년 이후의 지속 가능한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원재 집행위원장이 제안한 독립영화 태스크포스 구성, 모은영 집행위원장이 제시한 아시아 네트워크 구축, 원승환 관장이 강조한 글로벌화 전략 등 다양한 제안들이 나왔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백재호 이사장이 마지막에 던진 “영진위가 왜 우리와 같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계속 설득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은 여전히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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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