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영화센터는 어떤 곳이 될까. 오는 11월 개소를 계획 중인 서울영화센터의 정체성을 두고 많은 영화인과 관객들이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2010년경부터 서울시네마테크란 이름으로 본격적인 건립이 추진되었으나, 2024년 서울시가 서울영화센터로 명칭을 바꿨다. 이에 애초 고전영화 상영 및 보존에 중점을 뒀던 방향성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간이 운영될 것인지에 여러 의문이 생긴 것이다. <씨네21>의 취재 결과 현재 서울영화센터는 운영 위탁을 맡은 서울경제진흥원이 다수의 영화단체·영화인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꾸려 운영의 방향성을 모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제진흥원과 운영위원회가 공통으로 밝힌 핵심은 ‘절충’이었다. 기존에 부여됐던 시네마테크의 역할과 복합적인 영화문화공간의 기능을 최대한 융합하겠단 것이다.
현재 서울경제진흥원은 서울시 경제실로부터 서울영화센터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6월부터 서울경제진흥원은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한국영화감독협회, 기타 제작사 및 배급사 등 관계자를 모아 운영위원회를 발족했다. 운영위원장은 최용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맡게 됐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운영위원회가 시작되기 이전에 시설적인 구성은 전반적으로 완성되었으나 이후의 구체적인 운영 방향성에 관해서는 운영위원회측에서 여러 수정과 논의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서울영화센터는 서울 중구 충무로에 지하 3층, 지상 10층 규모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3개의 상영관(166, 78, 68석)이 들어서 있다. 이외에 다목적실, 기획전시실, 공유오피스 등 부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갖은 논란 있었지만··· 시네마테크의 역할 잃지 않겠다
‘서울시네마테크’라는 이름이 ‘서울영화센터’로 변경되며 제기됐던 가장 큰 우려의 목소리는 고전·독립·예술영화의 상영과 각종 영화 자료 아카이빙 등 시네마테크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점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9월3일 열린 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본회의에서는 당시 이해우 서울시 경제실장이 서울영상센터에 관해 “독립영화 등에 치중된 시네마테크 정도의 개념이었다가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2021년경)엔 특정 분야보단 종합기능을 지니는 쪽으로 바뀌어서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전하며 영화인들의 우려를 낳았다. 또한 서울영화센터의 운영을 “서울시 공무원들이 할 수는 없고, 영화계가 복잡하니 서울경제진흥원 등 어디에 운영을 맡길 것인지 고민 중”(이해우)이라며 운영 주체의 불확실성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서 올해 6월16일에 열린 기획경제위원회 본회의에서도 박유진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의원은 “2020년 2월에 착공한 공사인데 7회에 걸쳐 40개월 넘게 기간이 연장되며 예산이 계속 증액”되었단 사실을 질의하며 “이는 분명히 해당 사업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도 그 방향성이 성립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영화센터 건립 및 운영 예산은 2024년도 서울시 본예산안 기준 161억3천만원, 2025년 서울특별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검토보고서 기준 182억8천만원 수준으로 계속하여 증액되고 있다. 현재 한국독립영화협회를 대표해 서울영화센터 운영위원회 소속으로 활동 중인 장은경 미디액트 사무국장도 “영화인 주도의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준비위원회가 사라지게 된 이후, 시네마테크 목적으로 건립된 공간에 서울시가 산업 중심의 프로그램을 들여놓으려 하는 등 운영의 갈피를 잡지 못하며 지지부진했던 부분은 분명히 아쉬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즉 서울영화센터 건립 과정에 있어 서울시가 예산 운용, 운영 주체 선정 등에 차질을 빚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경제진흥원에 올해 2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운영 대행을 맡기며 지적 사항들에 대응하려는 반응을 취했다.
관련된 논란에 대해 서울경제진흥원과 서울영화센터 운영위원회는 ‘시네마테크의 정체성은 계속 유지될 것’이란 점을 밝혔다. 최용배 운영위원장은 “원래 영화인들이 주장했던 시네마테크 성질의 공간으로 적절히 운영하기엔 자료 보관실 부족 등 공간 구조의 여러 제약”이 있었으나 “다소 불완전한 형태로라도 시네마테크의 목적과 방향성을 최대한 관철”하려 한다는 운영위원회의 최근 협의 과정을 전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민규동 감독 역시 “오랫동안 이어지던 서울시네마테크 건립 논의가 표류하며 노파심이 있었으나, 이번 운영위원회를 통해 시네마테크가 지닌 상징적인 의미, 고전영화를 안정적으로 보고 관련 영화 문화를 보존·기억해나갈 수 있는 공간의 원칙적인 필요성을 꾸준히 피력 중”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이미 시설은 설계가 끝난 상황이기에 하드웨어적인 부분보단 소프트웨어적으로 어떻게 이 공간이 영화인, 관객에게 실질적으로 가닿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을 남겼다. 기정구 서울경제진흥원 서울영화센터TF팀 팀장 역시 “이전에 추진됐던 서울시네마테크의 건립 배경과 지금 서울영화센터의 운영 태도에 큰 차이는 없다”라며 “다만 최근 영화산업이 굉장히 힘들어진 만큼 어떻게 하면 서울영화센터가 영화시장과 영화 문화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차차 논의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최용배 운영위원장의 설명처럼 운영위원회가 들어서기 전에 서울영화센터의 내부 시설은 이미 완공을 앞둔 상황이었다. 시설과 관련해 가장 화제가 됐던 부분은 상영관 문제였다. 서울영화센터엔 일반상영관, 독립영화전용관, 다용도상영관 3개소가 운영될 예정이다. 다만 독립영화전용관과 다용도상영관에 100석 이하 규모의 컴포트관, 리클라이너관이 들어서며 몇몇 의문을 낳은 것이다. “원래라면 약 2배 이상의 좌석수를 확보하여 더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는 공간인데, 특수 의자를 놓으며 좌석수가 줄어든 상황”(최용배)이다. 이에 기정구 팀장은 “최근의 젊은 영화 관객을 위해 시설상의 다양함과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방식을 고려한 것”이라며 “개소 이후에 수요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변화가 필요하다면 최대한 수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울경제진흥원과 운영위원회측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울영화센터의 시설 운영 방식, 프로그래밍 방향성 등을 절충해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한편 서울경제진흥원은 서울영화센터 내 상영관의 운영 용역 업체를 8월 내 시작할 블라인드 공모로 선정할 계획 이다.
시네마테크의 존재 의의, 어떻게 지켜나갈까
서울영화센터의 방향성을 명확히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척도는 다가오는 정식 개관식이 될 것이다. 이후 선정될 상영관 용역 업체와 상세 부분을 논의할 예정이나, 기본적인 틀은 운영위원회측에서 수립 중이다. 복수의 운영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등 세계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시네마테크들과 협업하여 각 시테마테크의 대표작 및 추천작 상영, 시네마테크 관계자와 상영작 감독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추진 중이다. 또한 이후에는 이달의 신진 영화인을 정기적으로 소개하는 등 신진 영화 창작자를 발굴하는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9월 이후 이뤄질 시범 운영 단계에서는 “시민이 쾌적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등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여 “정식 개소 이후 영화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추진의 토대를 마련”(기정구)하려 한다. 약 20년간의 준비 기간, 10년 동안의 본격적인 착수 과정 동안 일어난 여러 잡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영화센터가 시네마테크의 존재 의의를 지키고 영화 문화의 적절한 발원지가 될 수 있을지는 오는 9월 이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