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도 한국에서 찍고 싶지만, 여기서 이런 영화로 투자받기는 어렵다. 내 시나리오의 내용을 표현할 수만 있다면, 장소는 우즈베키스탄이건 아프리카건 상관없다. 그래서 다음 영화는 북한에서 찍을 예정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산속 마을을 배경으로 청년의 ‘가벼운’ 방황을 그린 <괜찮아, 울지마>의 민병훈 감독은 두 편의 영화를 모두 우즈베키스탄에서 찍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부분의 관객이 자리에 남아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는 “모스크바에서 공부한 탓인지 단편영화를 만들 때는 ‘한 철학’하는 분위기를 흉내냈던 것 같다. 그러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를 보곤 이것이 영화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평범한 사람들의 집념에 관한 이 영화를 현학적이지 않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름다운 영화 속 풍광을 어떻게 찾아냈냐는 질문에 “헌팅을 위해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알고 보니 내전중인 지역이었는데, 현지 사람들도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이날 자리에는 감독과 이 작품에 대한 사전지식이 풍부한 ‘준비된 관객’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민 감독에게 ‘연출과 촬영을 동시에 하는 것의 장단점’이나 ‘주연급을 제외하곤 현지배우를 기용한 이유’ 등을 질문했다.
한편 민 감독과 함께 등장한 우즈베키스탄인 주연배우 무하마드 라히모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특이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통해 어떤 것을 전달하려고 했냐”는 질문에 모더레이터로 나온 이용관 부산영화제 자문위원은 “영화를 다 봐놓고 그런 것을 물으면 어떡하냐. 감독이 울잖나. 민 감독, 괜찮아, 울지마”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