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물들이 안 싸우죠?”“싸우는 영화를 너무 많이 보신 것 아닌가요.”“끈에 매달린 배가 무슨 의미죠?”“배는 그냥 배에요. 말하면 의미가 사라집니다.” 관객 간의 대화? 아니다. 부드러운 표면 아래 칼부딪는 소리가 챙챙거리는 관습과의 싸움, 관습적인 관객과의 싸움이었다.
송일곤 감독은 “나는 새로운 세대다. 아버지성으로 점철돼온 리얼리즘 계보에서 벗어나겠다. <꽃섬>은 어머니성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동화”라고 역설했다. 아마도 그가 택한 건 정면승부인 듯했다.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떠나는 세 여인의 이야기 <꽃섬>을 ‘낯설어’하는 관객에게, 그는 시종일관 “그렇다, 이것은 낯선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김혜나, 임유진 등 배우와 음악감독, 미술감독, 프로듀서까지, 스탭들이 대거 참여한 이날 관객과의 대화는 <꽃섬> 팀의 돈독한 팀웍을 과시하기 충분했다. 라이브콘서트에서 기타에 누구! 드럼에 누구! 하면 신나게 솔로연주를 보여주듯, 스탭들은 자기차례가 오면 기다렸다는 듯 생생하게 `나의 <꽃섬> 만들기’를 들려주었다.
오페라가수 역의 임유진은 “<꽃섬> 이후 나 스스로 어머니가 될 준비가 된 걸 느낀다”라며 영화의 치유력을 이야기했고, 김혜나는 극중 혜나가 캠코더를 가지고 다니는 것에 대해 “혜나는 영화감독 지망생”이라는 ‘설정’을 공개했다.
특유의 친근한 화술이 여전한 노영심은 “감독이 음악을 너무 많이 아는 게 제일 힘든 일이었어요”라고 말해 미술감독의 동조를 끌어내기도.
최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