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01, 91분 China, 2001, 91 min
감독 장밍 4시 씨네4관
데뷔작 <무산의 구름>으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받은 장밍 감독의 지난해 PPP 프로젝트이기도 한 이 영화는 이번에 처음 세계적으로 소개된다. 평범한 드라마로 시작하는 듯하지만, 진흙을 한 단계씩 쌓아올리듯 차츰차츰 무거워져 결국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감정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경찰관 유동은 휴가차 고향을 찾은 옛 여자친구 샤오베이 일행을 만난다. 유동과 샤오베이 일행은 근처 강가로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널 죽도록 사랑해’라는 문장이 씌어진 쪽지가 발견된다. 이 쪽지를 본 샤오베이의 남자친구는 유동을 의심하기도 하고, 샤오베이를 의심하기도 한다. 샤오베이 역시 유동이 옛 사랑을 잊지 못해 이 쪽지를 썼으리라 생각하고, 유동 역시 의문을 품는다. 나머지 친구들 역시 이들의 드러나지 않는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장밍 감독은 마지막 장면 직전까지 선명한 플롯 대신 갈수록 엉켜만 가는 여섯 남녀의 관계만을 드러낸다. 사소하기 짝이 없는 의혹이 갈수록 불어나고 결국 관계의 본질을 파고들어 금이 쩍쩍 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중국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불협화음에 가까운 음악 또한 이러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현대인의 일상을 예리하게 잘라내 그 단면을 속속 들이보여주는 극사실주의 영화.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