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2001, 93분 Italy, 2001, 93 min
감독 마우리치오 시아라 오후8시 대영3관
다분히 낭만적인 한글제목을 달고 있는 이 영화의 원제에는, 뜻밖에도 혁명이란 단어가 들어있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포르투갈이 오랜 독재로부터 해방된 날인 1974년4월25일, 파리에 살고 있는 포르투갈인 빅토르는 모국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바로 혁명이 일어났다는 소식.
그날은 바로 군부 소장파들이 일으킨 무혈 쿠데타로 인해, 포르투갈이 1932년 살라자르가 시작했고 후임 카에타노가 이어받은 30여년 묵은 독재정치에서 벗어난 날이다. 격앙된 기분으로 빅토르는, 한집에 살고 있는 이탈리아인 친구 마르코와 함께 리스본으로 떠난다.
마르코의 대학친구인 프랑스인 클레어도 합류한다. 마르코의 노란색 시트로엥 2CV가 이들의 교통수단. 이들은 며칠간 리스본을 향해 차를 몰면서 낯선 자유의 냄새에 가슴설렌다. 차가 고장나고 군인에게 체포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리스본.
그러나 거리에서 만난 ‘빅토리’를 외치는 붉은 깃발의 행렬은, 기대와 다르게 축구경기를 응원하는 일종의 ‘붉은 악마’들이다. 의미심장한 반전이 뇌리를 스친 직후, 영화는 끝나고 단지 짧은 자막만이 그해 노동절 대규모 승리의 행진이 리스본에서 있었음을 알려준다. 정치적 해방에 대한 ‘옛날 그들’의 열정, 그리고 달콤쌉싸름한 유머가 유럽의 멋진 차로를 따라 흐르는 매력적인 영화다.
최수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