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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할리우드, 홍콩
2001-11-12

Hollywood, Hong Kong

홍콩, 2001. 108분 Hong Kong, 2001, 108 min

감독 프루트 챈 오전11시 대영1관

본토에서 홍콩으로 건너온 창녀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전작 <두리안 두리안>과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시선과 표현 면에서는 확연하게 구분을 짓는 프루트 챈의 ‘창녀시리즈’ 중 두번째 작품. 초현실주의와 리얼리즘, 대조적인 두 가지 이미지가 전편을 휘감으며 보는 이를 당혹케 한다.

배경은 홍콩의 할리우드 플라자라는 거대 빌딩 인근의 빈민촌 타이홈. 이곳에 살고 있는 웡치컹은 여자친구를 이용해 매춘업을 하는 날건달이다. 그는 인터넷을 통한 매춘업을 구상하다 상하이에서 온 홍홍이라는 매춘부의 인터넷 광고를 접하게 된다. 그와 비슷한 때 홍홍과 똑같이 생긴 통통이란 여성이 타이홈에 나타나고 그녀는 훈제돼지를 만들어 파는 추씨 집안의 막내아들 티니와 친구 사이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통통을 만난 웡치컹은 그녀의 교태에 녹아 관계를 맺는다. 웡치컹 뿐 아니라, 추씨와 추씨의 큰 아들 밍도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는 신세가 된다. 얼마뒤 웡치컹과 추씨, 밍 등은 통통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그녀가 사실은 16세의 소녀 홍홍이며, 미성년자를 강간했으므로 고소하겠다는 변호사의 메시지를 접한다.

<할리우드, 홍콩>은 프루트 챈의 세계에 익숙한 관객에게도 미궁같은 느낌을 줄 것이 틀림없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중반까지 홍홍, 또는 통통이라는 여성은 이 마을에 희망을 던져주는 듯 보인다. 그녀는 일차원적 욕망 외에 소통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이곳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에르메스 역할을 한다. 그녀는 심지어 완전히 분리된 공간이었던 타이홈과 할리우드 플라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까지 이뤄낸다.

홍홍은 타이홈의 세 남성에게 단지 성욕을 해소하는 대상을 넘어, 오랫동안 묻혀져온 희망, 설렘 같은 감정까지 끄집어내게 한다. 이들은 그녀를 따라 그네를 타거나 할리우드 플라자를 향해 천조각을 흔들어대며 자신의 들린 감정을 표출한다. 하지만 그녀가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 그녀를 욕망했던 모든 이들은 구렁텅이에 빠져든다.

이 영화의 곤두선 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마마’라고 불리는 돼지를 통해 인간의 아이를 낳는 실험을 하겠다는 여성, 마마의 가출과 회귀, 웡치컹의 잘못 붙은 팔 등의 이야기는 섬뜩하면서도 불편하기 그지없는 공기를 만들어낸다. 영화의 뒷 부분 티니와 홍홍이 교신하는 장면은 작으나마 희망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프루트 챈 감독이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바는 어슴푸레할 뿐이다.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