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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아시아 작가영화의 발견
2001-11-12

PPP 12일부터, 작품수 5회보다 50% 증가한 가운데 아시아 스타감독들 대거참여

‘외화내빈’이라고 했던가. 어떤 일이 커지고 화려해질수록 실속은 보잘 것 없어지게 마련이라는 이 말은, 최소한 부산프로모션플랜(이하 PPP)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와 내실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PPP가 12일부터 코모도호텔에서 사흘동안 네번째 막을 연다. 아시아의 유망 감독들, 제작자들을 공동제작자나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공간인 PPP는 세계 최대의 아시아영화 프리마켓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올해 PPP의 가장 큰 특징은 아시아의 스타 감독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이다. 칸영화제에서 두번 작품상을 수상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을 비롯, 한국의 이창동, 김기덕 감독 등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들고 부산을 찾는다. 특히 현존하는 최고의 시네아스트로 꼽히는 이마무라 감독은 신작 <신주쿠 벚꽃 판타지>의 총 제작비 중 70% 정도를 이번 PPP를 통해서 조달하기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베텔넛 뷰티>로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대만의 린청셩 감독, <블루 청>으로 주목받았던 재일교포 3세 이상일 감독, <루나 파파>를 만들었던 타지키스탄의 박티아르 쿠토이나자로프 감독 등 최근 들어 역동적인 활약을 보이는 신예들의 프로젝트도 소개될 예정. 거장, 중견, 신인급 감독이 고루 배려돼 모양새가 돋보인다.

이처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만큼, PPP에 대한 관심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다. 작품 수에서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한 150여편이 PPP에 참여하기를 희망했으며, 참가자도 작년보다 200여명이 많은 800여명의 초청게스트와 바이어 등이 코모도호텔을 누빌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테러와 보복전쟁을 고려한다면,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라맥스, 워너브라더스, 콜럼비아 등 할리우드 메이저와 M6, 피라미드 등 유럽의 메이저급 투자 배급사의 발길이다. 부산영화제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한만큼, PPP 또한 아시아의 대표적 프리마켓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을 입증한다.

그동안 PPP에 출품됐던 프로젝트들이 각종 영화제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 또한 이번 행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회 선정작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서클>이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았고, 역시 2회 선정작인 왕샤오슈아이 감독의 <북경 자전거>와 린청셩 감독의 <베텔넛 뷰티>가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각각 심사위원 대상과 은곰상을 수상했으며, 1회 PPP 선정작 지아장커의 <플랫폼>이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2회 선정작 프루트 첸의 <리틀 청>이 지난해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은표범상을 수상하는 등 PPP는 아시아 작가영화의 인큐베이터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행사의 초점 중 하나는 최근 불이 붙기 시작한 한국영화의 해외진출에 바람을 불어넣는 일이다. 한국영화 해외배급업체들과 영화제 출품작 배급업체들이 업무를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홍보관, 스크리닝룸, 미팅룸 등을 갖춰놓은 인더스트리 센터를 운영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배경을 갖고 있다.

한국의 유망 신인 감독을 발굴하기 위한 프로그램 ‘뉴디렉터스 인 포커스’(이하 NDIF)도 눈길을 끈다. 장편영화 제작 경험이 없는 신인감독들이 투자, 제작사를 상대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하도록 하는 이 행사에는 1996년 <스케이트>로 칸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조은령 감독을 비롯, <고리>로 클레르몽페랑영화제 등에 초청됐던 강만진 감독, 칸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진출했던 <집행>의 이인균 감독 등이 참여한다. 산업 관계자들을 잘 모르는 감독이나 영화계 인사를 잘 모르는 신생 제작사들에게 좋은 기회라는 게 주최측의 입장이다.

정태성 PPP 수석운영위원은 “이번 행사에 할리우드 메이저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면, 아시아영화를 향한 세계 영화관계자들의 관심이 몰리는 것을 체감한다”며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네번째 PPP가 영화의 역사에 남길 족적이 무엇일지 벌써부터 조바심이 생긴다. 글 문석 ·사진 정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