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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서태지가 아니다> 감독 전명산
2001-11-12

서태지 팬, 그들을 알고 싶었다.

‘수천 수만의 또 다른 태지들의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또 다른 태지들’인 태지 매니아들에 관한 비교적 긴 다큐멘터리.

돌연한 은퇴 선언 후 4년 7개월만에 미국에서 돌아오는 서태지의 컴백 소식으로 첫 장면이 열리지만, 이 장면에조차 태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를 기다리며 오전 6시부터 김포공항 국제선 1청사를 지킨 2000여명의 팬들이 화면 가득 담긴다.

서태지 컴백 후 1년, 그의 팬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감독은 13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들이 태지가 들여 온 새로운 공연 문화를 ‘만나’고, ‘원하’고,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다양한 음악들을 공유하려는 그들의 노력들을 꼼꼼히 들려준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출신이면서 첫 작품으로 부산영화제를 찾은 전명산(31) 감독은 사실 서태지의 팬도 아닌데다 그의 팬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 생각은 더군다나 없었단다. 그가 하필 태지팬들을 카메라에 담은 것은 우연이었다. 뭔가 찍고 싶어 카메라를 샀는데 그 때 서태지가 갑자기 컴백을 했고, 방송국에 다니는 아는 형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공항 장면을 땄단다. 근데 거기서 그는 팬들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될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더욱 그들을 알고 싶어서 결국 1년간 카메라를 놓지 못했다고.

그는 언론이 ‘All or Nothing’식의 극단적인 시각으로 팬들의 모습을 다룬 탓에 그들이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며, 자신의 작품을 통해 평가절하된 태지팬들의 위치와 팬덤이 영향력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의 작품이 서태지씨의 손에도 들어갈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심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