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화가 부산에서 매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고맙습니다.” 부산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 앞에 선 김기덕 감독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두세 톤, 두세 볼륨쯤 높아져 있었다.
상영이 끝나자마자 무대 앞으로 몰려든 관객들은 김기덕 감독의 한마디 한마디에 폭소와 박수로 화답했고, 이중 백여 명은 50여분의 대면에 만족치 못해 극장 밖으로 따라나가기도 했다.
매작품 격렬한 찬반양론을 일으키는 이 ‘문제적’ 작가에 대한 너른 관심을 증명하듯, <나쁜 남자>의 ‘월드 프리미어’에는 기자와 영화인 등 해외 게스트들도 상당수 자리해, 이날 관객과의 대화는 영어로도 진행됐다.
<나쁜 남자>는 김기덕 감독의 전작들을 집대성해 놓은 듯한 작품. 이런 연결고리를 관객들이 놓칠 리 없다. 한 관객이 “여대생이 창녀가 된다는 설정이나 바닷가 마을이라는 공간은 <파란대문>을, 남자 주인공 캐릭터는 <악어>를 연상시킨다”며, 전작과의 연관성을 묻자, 김기덕 감독은 “본래 구상한지 오래된 작품으로, <파란대문>의 전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매혹과 갈망의 대상을 타락시키는 ‘나쁜 남자’, 그 남자를 증오하면서도 연민하는 여자의 관계에 대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구도가 아니라, 만남이 예정돼 있는 운명” 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삶이다. 삶은 운명이다.” 한 관객이 후반부의 다소 비현실적인 대목들을 지적하자, 김감독은 “운명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구상적인 표현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섹스와 폭력의 직접적인 묘사를 두고 “변태라는 얘기를 듣지는 않느냐” 는 다소 장난스런 질문에 대한 김기덕 감독의 대답 또한 일품이었다. “변태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내가 생각하는 ‘변태’의 의미는 인생을 다르게 해석하는 태도, 변주하는 태도다.”
박은영 기자